최근 막 내린 ‘2026 고양 데스티네이션 위크’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국제행사 유치의 필요성을 행사 규모, 체류기간, 지출액 등 단편적인 지표로 설명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마이스의 산업적 가치를 투입 예산 대비 수익(ROI)이나 성과(KPI)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행사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 게이닝엣지의 게리 그리머 회장은 “단순 지표로 성과를 판단하는 ‘낡은 방식’(Old Ways)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투자 유치, 산업 생태계 혁신 등 사회·경제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새로운 방식’(New Ways)의 가치 생산 도구로 마이스의 기능을 재정의하라”고 주문했다.
고양특례시 주최, 고양국제박람회재단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올해로 9회째 열린 국제회의다. 아시아에선 마이스 목적지(도시)를 테마로 한 최초이자 유일한 행사다. 지난달 26일부터 나흘간 토크쇼와 라운드 테이블, 워크숍을 비롯해 메인 프로그램인 ‘국제 데스티네이션 경쟁력 포럼’이 진행됐다. 고양 일산호수공원 고양꽃전시관에 마련된 강연·토론 무대엔 40여 명 전문가가 참여해 ‘마이스 레거시’를 주제로 34건의 강연과 토론이 이어졌다.
'2026 고양 데스티네이션 위크' 연사(사진=고양국제박람회재단 제공)
그리머 회장은 마이스 산업의 정의와 가치 재정립의 해법으로 ‘빅 애로우’(Big Arrow) 전략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마이스를 방문객과 지출·세수 증대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얇고 작은 화살표’이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인재와 네트워크 구축, 정보·지식과 경험·노하우 교류, 투자·협력 확대와 같은 강력한 임팩트의 ‘굵고 큰 화살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머 회장은 “마이스의 가치와 활용도를 사회·경제·문화·환경 전반의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전략적 파트너이자 투자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방문객을 불러들이는 수단에서 산업과 인재, 투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마이스 활용도를 넓히려면 ‘컨벤션뷰로’(CVB)의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CVB가 정부·지자체의 정책, 다양한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과 목표 달성을 돕는 ‘전방위 지원 조직’으로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마스 라이저 국제컨벤션협회(ICCA) 자문그룹 의장은 “행사 유치와 개최 지원 같은 CVB 본연의 기능에 있어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벤더’ 역할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고양 일산고양호수공원 고양꽃전시관에서 열린 '2026 고양 데스티네이션 위크'는 '마이스 레거시'를 주제로 국내외에서 34명 전문가가 참여, 나흘간 40여 건의 강연과 토론 무대를 선보였다. (사진=고양국제박람회재단 제공)
국가와 도시 단위에서 행사 유치로 창출한 사회·경제적 임팩트를 장기적인 레거시로 이어갈 주체로는 ‘협회·단체’를 주목했다. 특정 분야와 업종의 대표성과 조직력을 갖춘 협회·단체의 운영 목적과 방향이 마이스 산업이 지향하는 지식 기반 성장, 사회·경제적 파급력 확대와 같다고 봤다. 와이킨 웡 ICCA 아태 지부장은 “2025년 기준 전 세계 협회·단체 주최 국제회의가 유발한 경제효과만 136억 달러(약 19조원)에 달한다”며 “개최 국가와 도시에 장기적인 혜택을 남기는 국제 협회·단체 주최의 국제회의를 단순 이벤트가 아닌 지식과 산업 생태계, 인재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기회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특례시 주최,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주관으로 열린 '2026 고양 데스티네이션 위크'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모습 (사진=고양국제박람회재단 제공)
마이스 레거시의 장기화, 극대화를 위해 지역 대학과의 산학 협력을 확대해 ‘인재 벨트’를 구축해야 한다는 해법도 제시됐다. 정책이나 계획 수립의 초기 단계부터 레거시의 밑그림을 그리고, 성과 측정과 평가에 있어서도 지역 인재 활용 여부를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효진 전남대 교수는 “지역사회에 아무 것도 남지 않고 해당 업계나 산업도 지식·정보나 네트워크를 축적하지 못한 채 단기 소비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며 “레거시는 행사가 끝난 이후 남는 것이 아닌 그 자체가 목적지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왜 이 행사를 유치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행사 이후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마이스 산업이라는 용어 자체를 ‘비즈니스 이벤트’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our),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박람회(Exhibition)의 앞글자를 딴 약어 표현으로는 마이스 산업이 가진 폭과 중요성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리머 회장은 28일 행사 마지막 패널토론에서 “마이스보다 비즈니스 이벤트가 더 직관적으로 산업 특성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용어”라며 “컨벤션기획사(PCO)나 시설·서비스 회사도 단순한 공급사가 아닌 ‘솔루션 파트너’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