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생성형 AI 활용 제작)
현수엽 복지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을 시작하며 정부를 대표해 먼저 고개를 숙였다. 현 차관은 “아동학대 예방과 보호를 담당하는 주무부처 차관으로서 이번 천안 아동 사망사건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4월에도 아동학대 예방·대응 강화방안을 내놨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당시 미처 살피지 못했던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다고 봤다. 학대 신고 이력과 취학 면제 정보가 관계기관 사이에서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고 반복 신고에도 현장에서 적극적인 분리보호가 이뤄지지 않았다.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보호할 시설도 부족했다. 현 차관은 이를 두고 “현장의 한계점을 뼈아프게 성찰했다”고 밝혔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1차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보완 대책 발표에 앞서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도 아동학대 등으로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아동수당을 받는 사람을 다른 보호자로 변경할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학대가 의심되는 단계부터 보호자에게 이 같은 가능성을 알리고 실제 학대가 확인된 경우 지자체가 수급자 변경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학대 신고가 들어왔다고 곧바로 아동수당 지급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는 “학대로 판정되기 전에 바로 수당 지급이 정지되거나 수급을 받는 보호자가 교체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동수당은 아동에게 지급되는 급여인 만큼 학대 부모에 대한 지급은 중단하되 아동의 수급권 자체는 유지하는 방식이다.
학대행위자가 유일한 보호자인 경우 아동이 시설에 입소하면 아동 본인 계좌로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가정위탁 등 다른 보호조치가 이뤄지면 새 보호자에게 지급한다.
지난해 아동수당 지급 대상자가 변경된 아동은 1만 8691명, 지급이 정지된 아동은 552명이었다. 다만 정부는 이 가운데 아동학대를 이유로 수급자가 변경되거나 지급이 정지된 사례가 몇 건인지는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1차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보완 대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복적인 학대 신고에도 피해아동을 부모 등 학대행위자로부터 제때 떼어놓지 못했던 문제도 손본다. 앞으로 1년 이내 두 차례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일시보호나 응급조치 등 즉각분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관련 매뉴얼을 개정한다. 매뉴얼은 이달부터 곧바로 적용한다.
두 차례 신고됐다고 무조건 분리하는 것은 아니다. 아동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최종 판단은 현장에 맡긴다. 현 차관은 “일률적으로 어떤 경우에 즉각 분리라고 매뉴얼에 도식적으로 해놓을 수는 없다”면서도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해 즉각분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분리보호 기준도 확대한다. 현재는 동일 아동에 대한 신고가 두 차례 이상인지를 기준으로 하지만 앞으로는 같은 가정의 다른 자녀에 대한 학대 신고까지 합산하는 방향으로 아동복지법 개정을 추진한다.
경찰과 지자체 간 정보공유도 강화한다. 경찰이 현장에서 확인한 구체적인 신고 내용과 위험 상황을 지자체에 신속히 넘겨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분리 여부를 조기에 판단하도록 한다. 현 차관은 과거 사망사건을 돌아보면 경찰에서 지자체로 넘어가는 정보가 지나치게 간략해 아동이 어느 정도 위험한 상황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던 사례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취학의무 면제 과정에서는 아동학대 신고 이력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한다. 내년부터 교육부와 복지부 시스템을 연계하고 그전까지는 공문을 통해 학대 이력을 확인한 뒤 취학 면제 여부를 결정한다.
학대피해 장애아동과 영유아가 분리된 뒤 갈 곳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장애아동·영유아 특화쉼터 18곳도 추가 조성한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올해 750명에서 내년 863명으로 113명 늘리고 대응활동비도 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상한다.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은 위기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도 이어간다. 정부는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필수예방접종 등을 하지 않은 6세 이하 아동 약 6만명 가운데 3만 855명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쳤다. 이 가운데 8807명에게 복지서비스를 연계했고 4명을 아동학대로 신고했으며 199명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의뢰된 아동 가운데 195명의 소재는 확인됐다. 이 가운데 2명의 아동과 관련해서는 학대 혐의 입건이 이뤄졌다. 나머지 4명은 경찰이 현재 소재를 확인하고 있다. 약 3만명을 대상으로 한 2차 조사는 지난 7월 13일부터 진행 중이다. 오는 30일까지 실시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기보다는 피해아동을 가해자로부터 신속하게 분리하고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수엽 차관은 “앞으로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강화해 촘촘한 아동보호 안전망을 구축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