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은 남성 문제? 50대부터 여성 ‘고LDL’ 유병률 더 높아져 주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9월 02일, 오전 11:17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9월 4일은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정한 콜레스테롤의 날이다. 흔히 콜레스테롤 문제는 음주나 흡연을 즐기는 중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여성은 50대 전후 완경이라는 호르몬 변곡점을 맞으며 혈관 건강이 급격히 취약해진다.

국민건강영양조사 2016∼2022년 자료를 분석한 한국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2024)에 따르면, LDL콜레스테롤이 160mg/dL 이상이거나 콜레스테롤 약을 복용 중인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20~40대까지 남성이 여성보다 높지만, 50대부터는 역전되어 여성이 남성을 앞선다. 50대는 남성 29.1%, 여성 33.6%, 60대는 남성 33.2%, 여성 50.0%로 보고됐다. 완경기 여성의 콜레스테롤 관리가 갱년기 증상 관리 못지않게 중요하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순환기내과 김민식 과장은 “완경 이후 여성에게 나타나는 콜레스테롤 변화는 에스트로겐이라는 보호 인자가 감소하면서 생기는 대사적 변화”라며 “이상이 없었던 여성도 완경 전후에는 지질 수치와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여성호르몬 감소에 복부지방·인슐린 저항성 변화까지

콜레스테롤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저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 몸에 저장됐다가 에너지로 쓰이는 중성지방, 동맥경화를 예방해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HDL(고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로 나뉜다. 이상지질혈증은 총 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하거나 HDL콜레스테롤이 감소한 상태를 말하며, 콜레스테롤이 높다거나 이상지질혈증인 경우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완경기 여성의 LDL콜레스테롤 상승은 에스트로겐 감소와 밀접하다. 에스트로겐은 간세포의 LDL 수용체 발현과 활성을 높여 혈중 LDL을 간으로 회수·처리하도록 돕고, 복부 내장지방 축적을 억제한다. 완경기 에스트로겐 분비가 크게 줄면 간의 LDL 제거 능력이 떨어져 LDL콜레스테롤이 상승하기 쉽다.

여기에 근육량 감소와 내장지방 증가로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 간에서 중성지방과 이를 운반하는 초저밀도지단백(VLDL)의 생성도 늘어난다. 중성지방이 많은 환경에서는 혈관 벽에 침투하고 산화되기 쉬운 작고 조밀한 LDL의 비율이 증가해 전반적인 지질 상태가 죽상동맥경화 위험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혈중 LDL이 과도하면 일부가 혈관 내벽으로 들어가 변형되고 염증세포에 흡수돼 죽상경화반을 만든다. 대부분 별다른 증상 없이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데, 죽상경화반이 커져 관상동맥을 좁히면 협심증이 생길 수 있다. 또 관상동맥이나 뇌혈관의 경화반이 갑자기 파열돼 혈전이 혈류를 막으면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LDL은 현재 수치뿐 아니라 높은 상태로 지낸 기간도 중요해 노출 기간이 길수록 혈관이 받는 누적 부담이 커진다.

이러한 지질 이상에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과 당뇨까지 겹치면 위험은 더욱 커진다. 고혈압은 혈관 벽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고, 고혈당은 혈관 내피기능 저하와 염증을 촉진해 죽상동맥경화의 진행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심혈관질환 위험은 체형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마른 체형이거나 채식 위주로 식사하는 여성도 유전적 요인과 호르몬 변화, 당류·정제 탄수화물 섭취 등에 따라 이상지질혈증이 생길 수 있다.

◇ 완경기 여성, 지질이상 수치 확인 필요

완경기 여성은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지질검사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이전 건강검진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더라도 완경기에 지질 수치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혈중 지질 상태를 다시 평가하는 것이 좋다. 총 콜레스테롤과 HDL, LDL, 중성지방 수치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HDL이 높아도 높은 LDL로 인한 위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혈압 및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 허리둘레도 점검하고 흡연 여부와 만성콩팥병, 심혈관질환 가족력, 조기 완경 등의 병력을 살펴봐야 한다.

관리도 지질 유형에 맞춰야 한다. LDL이 높다면 기름진 육류·가공육·버터·크림 등 포화지방을 줄이고 생선·견과류·콩류 등으로 대체한다. 귀리·보리·콩·채소에 풍부한 수용성 식이섬유도 LDL 관리에 도움이 된다. 중성지방이 높다면 단 음료와 과자, 흰 빵·면 같은 정제 탄수화물과 음주를 우선 줄여야 한다. 빠르게 걷기 등 중강도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주 2~3회 병행하면 완경 후 늘기 쉬운 내장지방과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목표치에 도달하기 어렵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으면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LDL 목표치는 현재 수치 하나만이 아니라 기존 심혈관질환, 당뇨병, 고혈압 등 전체 위험도에 따라 달라진다. 약을 먹고 정상화된 수치는 치료 효과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으므로 자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순환기내과 김민식 과장은 “완경기 여성은 갱년기 증상이나 골다공증 질환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콜레스테롤 변화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며 “중성 지방의 수치가 높거나 HDL콜레스테롤 수치는 저하되는 이상지질혈증이 나타나면서 각종 성인병이 동반되는 대사증후군 유병률도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대사증후군을 유발하는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콜레스테롤은 남성 문제? 50대부터 여성 ‘고LDL’ 유병률 더 높아져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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