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핵심 범죄 사실인 특수협박 혐의를 구속영장에 포함하지 않은 채 영장을 신청했다가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결국 불구속 상태였던 피의자가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경찰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 수원장안경찰서 전. (사진=연합뉴스, 경기남부경찰청)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3월 11일 폭행 관련 112 신고를 시작으로 지난 4월 20일 부부싸움과 관련한 파출소 방문 상담, 같은 달 22일 특수협박 112 신고, 지난 5월 28일 협박 112 신고가 이어졌다.
경찰은 네 번째 신고가 접수된 지난 5월 28일 “남편이 폭언한다”는 A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 과정에서 남편 B씨가 경찰관을 발로 차는 등 폭력을 행사하자 경찰은 B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이후 경찰은 B씨에 대한 수사를 마친 뒤 6월 12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만 앞서 접수된 가정폭력 관련 혐의는 제외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영장 범죄사실에 담았다.
경찰은 피해자 A씨가 현직 공무원인 남편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정폭력 사건을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포함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세 번째 신고 당시 B씨가 흉기를 이용해 아내를 협박한 행위는 특수협박에 해당한다. 특수협박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경찰은 재범 가능성이 높은 관계성 범죄인 가정폭력 혐의를 제외한 상태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해당 영장은 법원의 판단을 받기 전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다.
결과적으로 당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특수협박 혐의까지 더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면 B씨의 구속 가능성이 높아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속 상태가 유지됐다면 이번 살인 사건을 막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수협박죄의 법정형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공무집행방해죄의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무겁다. 서로 별개의 두 범죄를 함께 적용할 경우 피의자의 죄책 역시 보다 무겁게 평가될 수 있다.
수원장안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무리하게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하면 오히려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구속영장 신청 죄명에서는 제외했지만 고려사항에 그동안의 가정폭력 정황을 구체적으로 기재해 신병을 확보하려 했다”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특수협박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 뒤 적용 가능한 혐의를 모두 담아 구속영장을 신청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방법원 현직 판사는 “구속영장 신청서에 피의자가 다른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거나 폭력 성향이 있다는 의견을 적더라도 영장 심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영장 범죄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사안은 유죄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관련 수사 기록을 심사기관이 직접 확인하기도 어려워 검찰이나 법원이 그 내용을 실질적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