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31일 오전 부친의 빈소가 마련된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6.8.31 © 뉴스1 최창호 기자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자 선정 절차에 착수한 지 벌써 9개월 반이 흘렀다.하지만 노 전 대법관 퇴임 이후 공석은 6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서면 제청으로, 이 대통령은 재제청 요구로 맞서면서 삼권분립의 두 축이 정면충돌하는 헌법적 불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69년 전인 1957년에는 이번 사태와 비슷하게 대법원장 장기 공석 사태가 있었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후임 임명 과정에서였다.
당시 법원조직법상 대법원장 제청권을 갖고 있던 법관회의는 김 대법원장 퇴임 전인 1957년 11월 25일 김동현 전 대법관을 후임 대법원장으로 제청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두 달 가까이 지난 이듬해 1월 16일 법관회의 제청을 거부하고, 자유당의 경북도당 위원장인 이우익 씨를 제청해달라고 법관회의에 친서를 보냈다. 그러나 법관회의는 같은 달 28일 조용순 전 대법관을 만장일치로 재제청했다.
이 대통령은 또 재제청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사이 자유당은 대법원장 임명에서 법관회의의 제청 절차를 삭제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대한변협 등 변호사들 반발 등 여론 악화로 결국 자유당은 개정안을 철회했다. 이 대통령도 6월이 되어서야 조용순 전 대법관을 대법원장에 임명했다.
69년 전 있었던 대법원장 공백 사태에서이승만 대통령을 이재명 대통령으로, 법관회의를 조희대 대법원장으로, 김병로 대법원장을 노태악 대법관으로 바꿔 읽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두 사건의 구조는 유사하다. 특히여당이 사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도 닮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마련된 사전환담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10.25 © 뉴스1 허경 기자
윤석열 정권에서도 대법관 제청권에 관련한 갈등이 있었다. 윤 대통령이 '김명수 대법원장이 제청할 것으로 보이는 후보 2명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헌법에도 없는 제청 거부권을 대법원장의 제청 전에 들먹이는 것은 제청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기자도 이를 지적한 적이 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도 "제청 대상 선정 과정에서 대통령실 입김이 있었다", "대법원장의 권한을 침해하고 사실상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세 대통령이 제청권을 두고 사법부와 극단적 갈등을 빚은, 빚고 있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대통령들의 속내를 완벽히 알 수 없지만 선출 권력인 대통령이, 비선출 권력인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다는 이른바 '선출 권력 우위론'이 원인으로 보인다.
이승만 대통령은 1949년 대법원장을 법관회의에서 제청하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제정안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제한한다며 재의결을 요구했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9월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이고, 직접 선출 권력, 간접 선출 권력(순)"이라며 "사법이란 정치로부터 간접적으로 권한을 받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을 주제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11 © 뉴스1 허경 기자
그러나 문형배 전 헌재소장 대행이 '선출 권력 우위론'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을 한번 읽어보시라"고 말한 것처럼, 헌법 어디에도 대통령의 권한이 대법원장 권한보다 우위라는 말은 없다.
강 수석대변인은 "후보추천위의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거부한 손봉기 부장판사도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였다. 이 대통령이 향후 진행되는 재제청 절차에서 후보추천위의 추천과 대법원장의 제청, 그리고 법적 절차를 존중해 초유의 대법관 장기 공백 사태가 빠르게 해결되길 바란다.
ho86@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