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9.3 © 뉴스1 이광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강하게 주장했던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공소 취소'를 지휘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김 후보자의 극적인 입장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국무위원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성과 검찰 조직의 반발, 대통령에게 미칠 정치적 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3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이 대통령 사건) 공소를 취소할 직접 권한이 없고, 지휘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당내 친명(친이재명) 인사로 꼽히는 김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 공동대표를 맡는 등 공소 취소 입장을 개진해 왔다.
그는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정치검찰이 조작 기소한 이 대통령 사건은 당장 공소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 3월 TBS 라디오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지휘해 이 대통령의 제3자 뇌물 재판 공소를 취소할 수 없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저는 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김 후보자가 지명된 후 법무부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검찰미래위) 진상조사단의 결론을 근거로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를 지휘할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검찰미래위는 앞서 쌍방울 대북 송금과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사건 등 이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건 8개를 진상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는 전체 조사 사건(19건)의 약 42%에 해당한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지난달 30일)되기 직전 공소 취소 문제와 관련한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법무부 장관 지명 관련 언질을 받은 후부터 공소 취소 문제에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피아를 구분해 선명성을 곧잘 드러내는 국회의원과 달리 국무위원인 장관을 포함한 공직자는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가 공소취소 입장을 고수할 경우 '중립성 문제'로 자질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데다, 인사청문회에서도 야권의 반발과 공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법무부 장관 임명은 국회의 동의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내용에 따라 여론이 요동칠 수 있어 대통령의 임명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한다.
유시민 작가도 국회의원 시절 상대 진영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지만, 지난 2006년 2월 보건복지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평소와 달리 몸을 낮추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권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등 검찰개혁과 관련한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지만 상임위 내 법안심사소위원회 등 실무적 성격의 자리에선 발언을 강하게하기보다 의견을 합리적으로 조율·조정하는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도 그 점을 높이 사 김 후보자를 지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이날(3일) 출근길 국회의원으로서 '국민 입장'을 전달했지만, 법무부 장관 후보로서는 '법과 원칙'을 따라 검사의 권한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입장과 검찰 사무를 관장하는 부처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구분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사법 절차를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에게는 정치적 객관성이 요구된다"며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를 취소하겠다는 것은 일반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수사지휘권 발동 사례를 고려하면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가 불러올 후폭풍은 예상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추미애·윤석열
지난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이른바 '검언유착' 수사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배제했다. 윤 총장은 해당 수사 지휘를 사실상 수용했다.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은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불구속 구사하라고 지휘했다. 김 총장은 이를 수용한 뒤 사퇴했다.
당시 검찰총장들은 지휘를 표면적으로는 수용했지만, 당시에도 검찰 조직 내부는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수사 단계를 넘어 이미 기소돼 재판 중인 주요 사건의 공소를 취소하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사안인 만큼 이전의 반발보다 더욱 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사들은 (공소 취소가) 황당무계한 일이고, 법치주의가 수십 년 후퇴하는 일이라고 본다"며 "공소 취소가 삼권 분립과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못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소 취소가 이 대통령의 국정 동력을 상실케 하는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자가) 공소 취소 모임 대표라는 것의 정치적 부담이 대통령에게 갈 수밖에 없는데,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만일 김 후보자가 공소 취소를 밀어붙이면 이 대통령 '레임덕'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minja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