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사기적 부정거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9.15 © 뉴스1 안은나 기자
경찰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20개월 넘게 수사하고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소명을 둘러싼 검찰과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채 사건을 넘겼다. 방 의장을 5차례 조사하고 구속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지만 모두 반려됐다. 이후 약 4개월간 추가 검토를 거치고도 세 번째 영장은 신청하지 않았다.
방 의장 등에게 적용된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는 중형과 최대 조 단위의 거액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는 데다 동일한 사례를 다룬 판례도 없어 수사 단계부터 더욱 엄격한 법리 검토가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경찰은 수사가 미진했던 것이 아니라 선례가 없는 사건을 둘러싼 법리 해석의 차이라는 입장이다.
영장 두 차례 반려하며 드러난 검경의 '법익' 이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3일 방 의장 등 5명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수사 초기부터 적용한 혐의를 유지한 채 20개월 넘는 수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경찰은 한국거래소와 하이브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방 의장을 5차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다. 검찰은 구속 필요성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첫 번째 영장을 반려하고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이 엿새 만에 영장을 다시 신청했지만 검찰은 보완 요구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았다며 재차 반려했다.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는 금융투자상품 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이나 계획, 기교를 사용해 공정한 경쟁과 시장 신뢰 등 '사회적 법익'을 침해한 경우 성립한다. 해당 행위가 투자자의 잘못된 판단을 유발하고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다.
경찰은 경영진이 독점한 상장 정보를 기존 주주에게 숨기고 정보 불균형을 이용해 사익을 취득한 만큼 자본시장 전체의 공정성과 신뢰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검찰은 방 의장 측이 기존 주주들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설명해 지분을 매각하게 한 부분을 '개인적 법익' 침해에 가까운 행위로 봤다. 이를 넘어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라는 사회적 법익까지 침해했다는 점을 보완해 소명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기존 주주들도 초기 투자 당시보다 수십 배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장 뒤 더 큰 이익을 얻을 기회를 잃어 억울할 수는 있지만 이를 형사법상 피해로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검찰과의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한 채 기존 판단을 유지해 사건을 송치했다.
또 해당 혐의의 처벌 수위가 높은 만큼 경찰이 더욱 치밀하게 법리를 검토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 의장 등의 범행 당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부당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고, 부당이득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도 함께 부과한다.
경찰이 산정한 부당이득 2631억 원이 그대로 인정되면 벌금은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다. 검찰도 동일한 판례가 없고 형사책임의 규모가 큰 점을 고려해 사회적 법익 침해의 성립 여부를 더욱 엄격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재판에서는 범죄수익과 부당이득액 산정의 어려움 때문에 수사기관이 산정한 금액 전부를 기준으로 벌금이나 추징을 선고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건물
4개월 추가 검토에도 같은 결론…경찰 "첫 사례라 시간 걸려"
경찰은 두 번째 구속영장 반려 이후 약 4개월간 국내외 판례를 추가로 검토하고 학계와 금융당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러나 사회적 법익 침해에 대한 기존 판단을 유지했고 검찰과의 이견도 좁히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부터 사회적 법익 침해에 초점을 맞춰 수사했다"며 "마지막에도 놓친 부분이 없는지 최종 검토했지만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체포영장과 기소 전 추징보전도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해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수사 단계에서 영장이나 추징보전 결정을 받은 것과 방 의장을 구속하거나 기소할 정도로 혐의를 소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두 번째 영장 반려 이후 약 4개월간 수사 기록 전반을 다시 살피고 국내외 판례를 검토했다. 학계와 금융당국 전문가들의 자문도 받았지만 기존 수사 결론을 유지했고 검찰과의 의견 차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세 번째 구속영장은 신청하지 않고 방 의장을 기존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동일한 사건 구조를 판단한 판례가 없는 데다 분석해야 할 증거도 방대해 수사가 길어졌다고 해명했다. 자체 인지 사건이어서 관련 자료를 직접 확보하고 분석해야 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전례가 없던 사건이라 여러 법리를 검토하고 방대한 증거를 분석했다"며 "첫 선례가 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다각도로 검토할 부분이 많았다"고 밝혔다.
경찰 단계에서 풀지 못한 법리와 혐의 입증 문제는 검찰의 몫으로 넘어갔다. 서울남부지검은 경찰의 송치 기록을 검토하는 한편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별도로 수사 중인 방 의장의 사기적 부정거래 사건도 계속 지휘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 수사 기록을 분석한 뒤 직접 보완수사에 나서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e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