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손 들어준 정부…노란봉투법 현장 혼란 더 키우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9월 03일, 오후 04:06

[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정부가 ‘N% 성과급’과 호남 반도체 공장 건설은 노동쟁의 대상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경영계의 손을 들어줬다. 이미 성과급 협상을 끝낸 삼성전자 노조가 내년 협상에서는 ‘N% 성과급’으로 파업을 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으로 나타난 현장 혼란을 줄이겠다는 취지인데 노사 갈등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반도체·AI·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6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반도체·AI·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6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3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내 노동쟁의 대상 기준을 구체화하는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의 ‘N% 성과급’은 앞으로 파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골자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교섭 의제로 다루는 경우가 아니면 기업은 의무적으로 교섭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에 이뤄진 단체협약은 그대로 두고, 앞으로 이뤄질 노사 단체협약에 적용된다.

가령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내년 노사 협상 단계에서 임금과 복지, N% 성과급을 대상으로 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면 ‘N% 성과급’은 각하 처리된다. 임금과 복지만 조정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노동위는 노조에 교섭 요구안을 수정해 임금과 복지만 요구하도록 적극 권고하는 작업을 거친다. 그럼에도 노조가 ‘N% 성과급’을 교섭 의제로 제시하면 행정지도를 진행한다. 이 때 기업이 ‘N% 성과급’에 대한 교섭을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에 연봉·기본급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라는 방식의 경영성과급은 노동쟁의 대상으로 인정한다. 정부는 이자, 법인세, 배당액 등 세금과 주주의 몫을 제외하지 않은 영업이익을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건 국가와 투자자(주주) 등 제3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선분배 요구하는 방식은 영업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제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장 신설·이전 등 기업 투자, 사업 매각·인수, 신기술 도입 등 사업경영상 결정에 대한 노동쟁의 대상도 구체화했다. 호남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로 공장을 신설하는 행위 자체로 노조가 파업을 할 수 없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내년 단체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예고한 호남 공장 신설도 사실상 어려워진 셈이다. 노조가 공장 신설로 교섭하려면 사내 공람·공지 문서, 노사협의회 보고 등 객관적인 자료가 나와야 한다. 경영진이 추상적으로 언급하는 등 일방적 추정은 인정되지 않는다.

공장 신설을 결정할 때 이미 인력 배치에 대한 계획도 함께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정부가 규정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아틀라스를 도입해도 노조는 기업이 거부할 경우 신기술 도입에 대해 교섭하거나 파업할 수 없다. 사측에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계획이 수립 중인 사실이 확인될 경우에만 파업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행정기관, 공공기관 이전도 마찬가지다. 본사가 지방으로 이전하면 직원은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데 정부의 발표만으로 노조는 사용자와 논의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시행지침을 내놓으면서 현장 혼란은 더욱 가중될 방침이다. 특히 시행지침은 법적 효력이 없어 노조가 단체교섭 의제로 ‘N% 성과급’ 등을 포함해 교섭에 그대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영업이익과 연동된 방식이 아니라 ‘기본급의 800%’처럼 일반적인 경영성과급 형식으로 바꿔 임금(성과급) 의제로 들고 나올 수도 있다. 노동위원회를 통하지 않고 바로 행정소송으로 갈 경우 법원에서 시행지침을 얼마나 반영할지도 관건이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위에서 각하 결정을 낸다고 해서 꼭 법적 효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노사 교섭은 자율적으로 노사가 정하는 건데 정부가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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