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은 골반과 허벅지뼈를 연결하는 관절이다. 골반의 오목한 부위인 비구 안에 허벅지뼈의 둥근 머리인 대퇴골두가 들어맞는 구조로, 걷고 앉고 일어서는 동안 체중을 지탱하고 다리를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고관절은 몸 안쪽 깊숙한 곳에 있어 문제가 생겨도 엉덩이보다 사타구니나 허벅지 앞쪽에서 통증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증상의 원인을 허리나 허벅지 근육의 문제로 생각해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고관절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은 걸을 때 심해지는 사타구니 통증이다. 오래 걸을수록 불편해지고 한쪽 다리를 절기도 한다. 고관절의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양말을 신거나 발톱을 깎는 동작, 양반다리를 하는 자세, 자동차를 타고 내리며 다리를 돌리는 동작이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허리와 엉덩이, 사타구니 통증만으로 고관절 질환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척추 질환뿐 아니라 고관절 주변 근육과 힘줄의 손상, 서혜부 탈장, 골반 골절 등도 비슷한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남성은 전립선염과 같은 비뇨기계 질환, 여성은 자궁·난소 질환이나 골반 내 염증 등 부인과 질환도 감별해야 한다.
대표적인 고관절 질환은 퇴행성 관절염이다.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닳거나 손상되면서 염증과 통증이 발생한다. 주로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지만 고관절의 구조적 이상이나 과거 외상, 다른 관절 질환의 영향으로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오래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만 불편하지만 질환이 진행되면 짧은 거리를 걷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통증을 피하려고 한쪽 다리를 절면서 허리나 반대쪽 무릎에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관절 손상이 심해지면 가만히 있을 때나 밤에도 통증이 이어져 수면과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
젊거나 활동량이 많은 사람은 고관절 충돌증후군과 비구순 손상도 살펴봐야 한다. 고관절 충돌증후군은 다리를 굽히거나 돌릴 때 대퇴골과 비구 주변이 반복적으로 부딪히는 질환이다. 이러한 충돌이 지속되면 비구 가장자리를 둘러싼 연골 조직인 비구순이 손상될 수 있다. 앉았다 일어설 때 사타구니가 아프거나 관절 안에서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들고, 소리와 함께 움직임이 제한되기도 한다.
고관절 주변의 내전근이나 힘줄 손상도 운동 또는 반복적인 움직임 이후 사타구니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고령층에서는 가벼운 낙상으로 발생한 치골지 골절이 단순 근육통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대퇴골두로 가는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기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도 주의해야 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가볍고 엑스레이 검사에서도 이상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질환이 진행되면 대퇴골두가 함몰되고 관절면이 손상돼 심한 통증과 보행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는 질환의 종류와 손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 고관절 관절염이나 주변 근육·힘줄의 문제는 활동량 조절과 약물치료, 운동치료 등을 통해 증상을 관리한다. 고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하고 통증을 유발하는 자세와 동작을 교정해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퇴행성 관절염으로 연골이 광범위하게 손상됐거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진행돼 통증과 보행 장애가 지속된다면 고관절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손상된 대퇴골두를 제거하고 허벅지뼈에 인공 줄기와 인공 대퇴골두를 삽입한 뒤, 손상된 비구 관절면도 인공 컵으로 대체하는 수술이다.
반면 고령층의 대퇴경부 골절처럼 골반 쪽 관절면이 비교적 잘 보존된 경우에는 손상된 대퇴골두만 교체하는 인공관절 반치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전치환술과 반치환술 중 어떤 방법이 적합한지는 질환의 종류와 관절 손상 범위, 골절 형태, 나이, 골밀도, 전신 상태와 활동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이춘택병원 제10정형외과 이수현 진료팀장은 “허리와 고관절 질환은 통증 부위가 겹칠 수 있어 아픈 곳만 보고 원인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통증의 양상과 보행 상태, 관절의 움직임과 동반 증상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필요한 검사를 시행해 척추 질환과 관절염, 무혈성 괴사, 충돌증후군 등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