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단속해도 끝이없네"…명당 알박기로 얼룩진 불꽃축제 전야제

사회

뉴스1,

2026년 9월 04일, 오후 10:23

5일 오후 8시 30분 '서울세계불꽃축제 2026' 전야제가 진행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전야제를 알리는 소규모 불꽃놀이가 진행된 뒤에도 정리되지 않은 돗자리들이 깔렸다./뉴스1 ⓒ News1 한수민 수습기자
빼요 빼, 아까 오후 4시부터 자리에 없었어요 한화그룹이 진행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26'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6시, 불꽃놀이 명당으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에는 서울시 한강보안관들이 '자리 알 박기' 돗자리를 수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돗자리가 걷힐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수거를 부추겼다.

이날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측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의도·이촌 한강공원 일대엔 다음 날 축제 자리를 선점하려는 주인 없는 돗자리가 계속 깔리고 있다.

이촌한강공원에 깔린 돗자리 80여개 중 25개는 주인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한 돗자리엔 노골적으로 "9월 4일~5일 자리있음"이라는 문구도 붙어 있었다.

보안관들은 돗자리의 색깔 등 특징을 기록하는 한편 주변에 주인이 있는지를 물어가며 수거를 진행했다. 업무용 차량 트렁크는 수거된 돗자리가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로 가득 차 있었다. 한 보안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까지 약 50건의 단속이 이뤄졌다.

돗자리를 잃었다가 다시 자리를 잡은 한 남성은 보안관에게 "밤에도 단속을 하느냐"고 물으며 "하, 밤을 샐 수도 없고"라고 한숨을 쉬었다.

일부 돗자리는 산책로와 가까운 곳에 설치돼 보행자가 피해 다녀야 했고, 소규모 불꽃놀이 등 전야제 프로그램을 즐기러 온 방문객도 자리를 잡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아예 보안관들의 수거를 쫓아다니며 빈 자리가 날 때마다 재빨리 자리를 잡는 사람들도 있었다.

겨우 자리를 잡은 김 모 씨(50대)는 "알 박기 때문에 진짜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없다"며 "시민들을 위해 무료로 개방된 공간인데 그래선 안 된다"고 혀를 찼다.

단속이 계속되자 노숙하더라도 자리를 지키겠다는 시민들도 나왔다. 이날 오후 8시 2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선 전야제 불꽃놀이가 끝난 뒤에도 돗자리·텐트를 지키는 방문객들을 볼 수 있었다.

텐트 설치가 가능한 곳엔 15개의 텐트가 깔렸다. 텐트를 정비하던 여성 일행은 "자리만 지키면 되는 걸로 안다"며 "내일 축제를 위해서 여기서 기다릴 예정"이라고 했다. 돗자리 존에 깔린 30여개 돗자리에도 방문객들이 대체로 자리를 지키며 대화를 나누거나 음식을 먹었다.

매년 100만 명이 몰리는 축제의 인기 탓에 명당 자리를 선점하고 중고 거래로 사고파는 행태까지 나오지만, 규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리를 맡아놓는 행위 자체를 상행위로 규정해 처벌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서다.

현재 서울시는 경고성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구두 계도를 하는 한편 중고 거래 플랫폼엔 관련 게시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 문화본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지 등을 통해 "5일(토요일) 낮 12시 이전에 설치된 돗자리는 수시로 일괄 회수·철거하겠다"며 "장시간 장소 선점·자리 매매를 삼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legomast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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