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때 접한 환각물질 중독에…"날 해치려 한다" 환청 듣고 참극

사회

뉴스1,

2026년 9월 05일, 오전 06:00



"누구세요? 아랫집 청년이세요?"

2025년 5월 2일 새벽 경기 하남시의 한 주택 앞마당. 담배를 피우러 나온 70대 집주인 B 씨는 마당을 배회하던 40대 세입자 A 씨에게 말을 건넸다.

B 씨는 A 씨와 평소 교류가 없던 사이였다. 두 사람이 나눈 말도 짧은 인사 두 마디가 전부였으나, 잠시 뒤 B 씨는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환각 상태에서 들린 환청…피해망상에 빠져 집주인 살해
A 씨는 범행 전 자택에서 톨루엔(환각을 유발하는 유독성 유기용제)이 함유된 공업용 접착제를 흡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환각 상태에 빠진 A 씨는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 각오해라" 등 환청을 들었고, 마당에서 마주친 B 씨가 환청의 원인이며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혔다.

이후 A 씨는 재차 환각물질을 흡입하던 중 "죽이겠다"는 환청이 들리자 흉기를 들고 B 씨 집에 무단 침입했다. 이어 B 씨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B 씨는 결국 현장에서 숨졌다.

범행 직후 A 씨는 현장 지문을 지우고 당시 입었던 옷과 도구를 세탁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그러나 같은 날 아침 B 씨 아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A 씨는 붙잡혔다.

수십년 이어진 중독에 가족도 "돌볼 엄두 안나"…출소 6개월 만에 '또'
A 씨의 환각물질 흡입과 이로 인한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수십 년간 일명 '본드'라 불리는 공업용 접착제를 흡입해왔고, 관련 혐의로만 7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2007년과 2017년에도 환각 상태에서 이웃에게 흉기를 휘두르거나 폭행을 가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징역 7년을 복역한 A 씨는 2024년 11월 출소했으나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환각물질에 손을 댔고, 결국 출소 6개월 만에 또다시 비극을 불렀다.

정신감정 결과 A 씨는 휘발성용제 유도성 장애 등을 앓고 있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법원은 A 씨가 환각물질을 흡입하면 폭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하고도 스스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만큼 형사책임을 감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A 씨와 함께 거주했던 형조차 "동생이 무섭고 돌볼 자신이 없어 한국을 떠날 생각까지 든다"며 극심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표명한 점 등을 들어 출소 후 재범을 막아줄 주변 환경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1심은A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항소심도 "동종 범죄로 복역한 뒤 출소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또 범행했고 유사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도 상당하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 역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징역 25년을 최종 확정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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