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허위 종결된 사이 찾을 수도 있던 실종자가 끝내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황당한 경찰의 업무 태만과 이를 걸러내지 못한 시스템에 “경찰을 어떻게 믿겠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장미란(37)씨 등 실종자 허위 종결 사건으로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제주 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이 25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 경장은 지난 5월 장미란씨의 실종 신고를 받고 신고자에게 “실종자와 연락이 됐고 신고자에게 위치를 알리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허위사실을 전한 후 실종프로파일링시스템에서 ‘교통사고 사망’ 코드를 입력 후 사건을 종결 및 해제했는데요.
또 지난 7월 60대 남성 실종 사건과 관련해서도 신고자에게 같은 취지로 거짓말을 한 후 ‘소재 발견’으로 허위 내용을 입력하고 사건을 종결, 해제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범행 당시 피의자의 개인 휴대전화와 업무용 휴대전화 및 실종자 휴대전화 등에 대해 발신·착신 통화내역과 포렌식 전자정보 등을 분석한 결과, 피의자가 실종자와 통화했다는 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부 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종결한 실종사건 298건에 대해 1차 점검을 실시한 결과 장 씨와, 60대 남성 실종 신고 외에 추가로 허위종결 10건·허위기록 15건을 발견했습니다.
부 경장이 이렇게 사건을 허위로 처리한 이유가 더 황당한데요. 경찰 조사에서 부 경장은 범행 동기와 관련해 실종자가 일반적인 성인이라 안일하게 생각했고, 사건 미종결시 챙겨야 할 일이 많아 사건인계에 대한 부담감으로 허위종결을 하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부 경장에 대한 프로파일링 분석 결과 역시 누적된 업무부담과 책임가중에 대한 피로감으로 인한 업무태만적 동기가 범행의 주된 배경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을, 일이 많고 하기 싫단 이유로 거짓으로 처리해왔다는 겁니다.
이 같은 경찰관 개인의 일탈을 걸러낼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건 더 큰 문제인데요. 부 경장이 야간에 홀로 근무하는 상황에서 당직일지나 전산 시스템을 허위로 작성하더라도 이를 막거나 검증할 상급자 통제 절차가 없었던 겁니다.
실제 장 씨 사건의 경우 연락이 닿았다며 사건을 종결해 놓고,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는 ‘사망했다’고 입력하는 모순도 있었지만, 누구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부 경장 외에 전·현직 제주서부경찰서장과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을 대기발령했고, 이들 외에도 사건별 보고 및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경찰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면서 경찰이 발표한 실종자 장 씨의 사망 원인을 놓고도 뒷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당초 장 씨의 현장 발견 정황을 고려했을 때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는데요. 이후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국과수 부검 결과 시신 부패로 인해 사인이 불분명하다. 범죄 관련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면서 사인 번복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논란이 일자 경찰은 추정성 보도를 방지하기 위해 공식 부검 결과 중 ‘부패로 사인이 불명하다’는 사실 부분만 밝힌 것이지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까지 내놨는데요. 이같은 논란 역시 경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입니다.
장 씨의 유족 측도 납득할 만한 수사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는데요. 장 씨 유족 측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은 사건 초기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사망 원인이 자살로 추정된다는 섣부른 결과를 발표했다”며 이는 마치 사건을 외면하고 허위로 종결시킨 부 경장과 똑같은 모습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조건 타살로 수사 결과를 내어 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유족들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책임감 있고 성의 있는 수사를 보여달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3일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경찰 헌장'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경찰청)
또 야간이나 휴일 실종 사건을 1명이 담당하던 것은 최소 2인 이상이 담당하게 한다고 밝혔습니다. 인력을 증원하고 실제 현장에 배치될 때까지 공백이 있는 만큼, 그 사이에는 강력팀과 연계해 2명이 야간 및 휴일 실종 사건을 대응하고 강력팀장이 관리·감독하도록 한다는 방침입니다.
아울러 경찰은 현재 범죄혐의 전까지 위치 정보 추적 등에 한계가 있는 성인 실종과 관련해서도 신속한 수사를 위해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추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단 계획도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