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미프진 2년간 원내 처방’…식약처 문턱 넘을까

사회

이데일리,

2026년 9월 05일, 오전 10:11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도입 후 관리체계 시간표까지 제시했다. 도입 초기 2년 동안은 병원 안에서 처방과 조제가 이뤄지도록 하고 이후에는 병원에서 처방받아 원외 약국에서 조제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7월 미프진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공개 지시한 데 이어 처방·조제 방식과 전환 시점까지 구체화하면서 정부의 미프진 도입 논의가 허가·안전관리 체계 마련 단계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이미지=생성형 AI활용 제작)
(이미지=생성형 AI활용 제작)
5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 관계자 간담회에서 미프진 도입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여성계가 얘기를 하고 있고 2년은 원내처방, 원내제조하고 2년 뒤에는 병원처방, 원외약국 제조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대통령 발언대로라면 미프진 도입 초기에는 의료기관 안에서 처방부터 약 조제까지 이뤄지도록 해 안전관리를 강화한 뒤 제도가 안착하면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는 일반적인 전문의약품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14일 국무회의에서 미프진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당시 해외에서 미허가 임신중지약을 음성적으로 구입하는 상황을 방치하기보다 의료체계 안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문이었다. 이후 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가 도입 방안을 협의해왔다.

이미 국내 품목허가 신청도 들어와 있다. 현대약품은 2024년 12월 31일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복합제인 ‘미프지미소정’의 품목허가를 식약처에 신청했다. 적응증은 ‘자궁 내 임신 중절’이다. 현대약품이 제출한 해외 임상시험에서는 임신 9주 이하에서 94.9~97.3%의 임신중절 성공률을 보였다.

현대약품의 허가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21년 7월 처음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식약처가 안전성·유효성 및 품질 관련 자료 보완을 요구했고 회사가 일부 자료를 갖추지 못해 신청을 취하했다. 2023년 3월 두 번째 신청 때는 상황이 달랐다. 허가 심사에 필요한 자료 가운데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이후에야 작성·심사가 가능한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심사절차가 잠정 중지됐다. 현대약품은 2024년 12월 다시 허가를 신청했고 현재 식약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의 미프진 도입 의지는 뚜렷해지고 있지만 실제 허가까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이 같은 ‘입법 공백’이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관련 형법 조항은 2021년부터 효력을 잃었지만 임신중지가 허용되는 임신 주수와 방법,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 절차 등을 규정한 후속 입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현행 모자보건법 역시 수술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을 전제로 한 규정이 남아 있다.

식약처가 그동안 허가 과정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프진 자체의 안전성·유효성 심사뿐 아니라 어느 임신 주수까지 사용할지, 어떤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처방할 수 있도록 할지, 복용 후 출혈이나 불완전 유산 등 이상반응 발생 시 어떻게 의료기관과 연계할지 등 안전관리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이 제시한 ‘첫 2년 원내 처방·조제’ 방안은 이 같은 식약처의 우려를 반영한 절충안으로 풀이될 수 있다. 도입 초기에는 의료기관 안에서 약을 사용하도록 해 복용 과정과 이상반응을 관리하고 충분한 사용 경험과 안전관리 체계가 쌓인 뒤 원외 약국 조제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다만 대통령이 언급한 ‘2년’이 정부 관계부처 간 최종 합의된 기간인지, 식약처가 현재 심사 중인 미프지미소정의 허가조건과 직접 연계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식약처 역시 개별 품목의 심사 진행 상황은 업체 정보라는 이유로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미프진 도입을 넘어 구체적인 관리 시간표까지 제시하면서 공은 허가당국과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정부가 입법 공백 상태에서도 원내 처방·조제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우선 도입에 나설지, 후속 입법과 품목허가를 어떤 순서로 풀어낼지가 미프진 국내 도입 시점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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