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는 금리 인하 시기 주가에 탄력이 붙는 대표적인 ‘성장주’로 꼽힌다. 실제로 과거 두 종목은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미래 산업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으며 급등세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풀린 지난 2020년 네이버는 한 해 동안 56.84%, 카카오는 153.75%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어지던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게다가 미국의 빅컷(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까지 나타난 이달이 돼도 두 종목의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게다가 네이버는 지난달 30일 4000억원을 투입해 올해 말까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지난해 발표해 3년간 추진 중인 주주환원 정책과는 별개의 건으로 총 발행주식의 1.5% 규모인 234만 7500주를 매입해 12월 31일 전량을 소각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30일 네이버는 0.59% 내렸고 10월 2일에도 0.71% 하락세로 마감했다.
카카오 역시 지난 8월 정신아 대표가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통상 고위 임원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해당 기업 주가가 저점에 가깝다는 신호로 읽힌다. 주식을 매수한 뒤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경영 성과를 낼 것이라는 주가 부양 의지로도 해석된다.
네카오 주가가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올해 하반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두 회사의 주요 매출원인 광고 사업 전망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 손꼽힌다. 이에 증권가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하향한 보고서만 무려 29건에 달한다. 네이버도 24곳으로 집계됐다.
카카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현재 증권가에 따르면 카카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보다 0.03% 증가한 1403억원 수준이다. 역성장만 겨우 면할 것이란 얘기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게임과 스토리 사업의 신작 부재, 경쟁 심화로 성장률이 둔화했고, 헬스케어나 엔터프라이즈 등 뉴이니셔티브 사업에서의 적자도 줄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적보다는 ‘성장성’을 상실한 점이 주가 약세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IT종목들이 인공지능(AI) 시장을 선점하는 가운데, 국내 IT업체들은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실적은 잠시 주춤할 수 있다. 문제는 네이버나 카카오에 투자해서 수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이 사라진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인식된 두 회사의 수익모델은 여전히 몇 년 전 모델이라는 게 문제인 만큼, 차라리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