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갇힌 코스피…증권가 “지수보다 업종·종목 집중”

주식

이데일리,

2024년 10월 04일, 오전 05:30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에 증권가에서도 지수의 상승 탄력이 둔화하리란 전망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10월 코스피 지수도 2450~2800선 사이에서 움직이며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다만, 기업 실적 시즌 이후 경기와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사그라지면 박스권을 탈출할 수 있으리라고 전망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달 30일 ‘월간 전략’ 자료를 통해 10월 코스피 예상 밴드를 2480~2740선으로 제시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2500~2800선, 미래에셋증권은 2550~2750선을 10월 코스피 예상 밴드로 내다봤다. 대신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2450~2750선, 2550~2800선을 제시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박스권 장세 지속…펀더멘탈 우려 우선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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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최근 코스피 지수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에서도 미국 9월 ISM 제조업 지수 등 경제지표 발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설 등의 불확실성에 따라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고 평가했다. 또 본격적인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기업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코스피 지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는 외국인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공격적인 순매도를 단행한 여파로 주가 탄력이 상대적으로 좋지 못했다”며 “연준 금리 인하는 침체 불안을 완화하면서 증시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 불확실성과 3분기 실적 시즌 경계감 등이 증시 레벨업을 제한하는 박스권 장세를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올 4분기 코스피 상승 추세를 재개하는 데 있어 10월은 마지막 진통 시기가 될 수 있다”며 “미국 주요 주가지수의 사상 최고치 행진 이후 투자심리 과열 등 반작용 국면과 금리 인하 사이클 검증 국면과 맞물리면서 경기 불안 심리가 커지거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증시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뚫고 추세적 랠리를 재개하기 위해선 경기나 기업의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우선 해소돼야 한다고 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탈(반도체·IT)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기침체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지표들로 확인되면 저항선을 뚫을 힘이 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를 포함한 업종들의 이익 모멘텀 둔화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 하향 조정이 이어지면서 지수 상승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매출 성장 둔화·물가 둔화에 따른 마진 개선 폭 제한으로 이익 둔화 사이클이 장기화하리란 관측과 함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 정치적인 이슈도 지수 오름세를 둔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순환매 장세 대비…“올 4분기 中 효과 고려할 필요”

당분간 경제지표 발표나 미국 대선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매크로 환경이 이어지리라는 전망 속 증권가에선 지수보다는 업종, 업종보다는 종목 선택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주도 업종 중심의 상승보다는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바이오와 2차전지, 반도체 등 업종별 순환매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증시 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헬스케어, 자동차, 화학, 화장품·의류, 반도체 등 업종의 투자심리가 개선되리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해당 업종은 과거 중국 유동성 확장과 디플레이션 탈피 시 주가 수익률이 높았던 업종들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 발표 이후 디플레이션 탈피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4분기 정부 재정지출 금액이 연간 가장 크다는 점을 생각할 때 중국 효과도 4분기 중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유동성 확장과 물가 상승 시 주가 수익률이 높았던 업종 중 올해 주가 수익률이 가장 부진했던 업종인 화학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는 11월부터 밸류업 지수를 상품화한 지수선물과 상장지수펀드(ETF)가 거래될 예정인 만큼 밸류업 지수 내 비중 상위 종목들과 거래대금 대비 편입 금액이 많은 종목도 관심을 둬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관들의 참여가 확대되면 해당 종목들에 대한 추종 자금이 커질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