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엔무브는 1차 입찰 제안에 응한 회사들을 대상으로 지난 19일과 20일 양일간 국외·국내 상장 주관사 선정 PT를 진행했다. PT 제안 내용을 종합해 연내 주관사를 선정할 전망이다. 앞서 SK엔무브 측에서 입찰제안요청서를 받은 증권사들은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과 외국계 IB 등이다. 국내·국외 공동 주관사 선정이 마무리되면 SK엔무브는 본격적으로 상장 초읽기에 들어간다.
SK엔무브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무려 네번째다. 지난 2013년과 2015년, 2018년 3번 증시 입성을 노렸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특히 기업가치 눈높이를 높게 뒀던 점이 발목을 잡았다. 2018년 상장 도전 당시에는 멀티플을 10.1배 적용해 목표 시가총액을 4조3000억~5조2000억원대로 잡아 희망 공모가를 10만1000원~12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고평가 논란 속에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으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당시 매출액은 3조4719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5182억원 수준이었다.
SK엔무브 재무표(자료=나이스신용평가)
다만 당시와 사업 기반에 차이가 크게 없는 상황이다. SK엔무브는 자동차용과 선박용, 산업용 윤활유 및 그리스 등의 제조에 사용되는 윤활기유(Base Oil)의 매출 비중이 대다수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조7796억원 중 윤활기유 비중이 86.9%, 윤활유 13.1%로 집계됐다. 최근 수년 사이 신사업으로 전기차 생산업체에 대한 전기차 전용 윤활유, 데이터 센터 액침 냉각 분야 등으로 확장해나가고 있지만, 윤활기유에 대한 수익 의존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사업에서 기댈만한 매출이 나오기 위해선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 처지다.
한 기관투자자(LP) 관계자는 “현재 실적 기준으로는 과거에 제시했던 밸류가 그리 비싸다고 말할 수위는 아니”라며 “다만 신사업에서 발생할 미래가치 등을 붙여서 당장의 기업가치를 더 올려보려 하지 않겠나. 그러면 이번에도 고평가 이야기를 피할 수 없을 테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SK 신사업 리스크가 높은 상황에서 굳이 비싸게 주고 들어갈 이유는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