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해진 벤처캐피탈"…위축 속에서도 활로 찾았다

주식

이데일리,

2025년 2월 14일, 오후 03:14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지난 한 해 동안 벤처캐피탈(VC) 시장은 신규 펀드 결성이 줄어들며 투자 재원 자체는 감소했지만 신규 투자 금액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CT와 바이오·의료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에 선별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흐름을 보였다.

14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발표한 ‘2024년 12월 벤처캐피탈 시장 브리프’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투자자와 금융기관의 조합 참여비중이 작아지며며 벤처펀드 조성 환경이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신규 결성된 286개 조합의 총 약정금액은 5조7571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8031억원) 대비 15.4% 감소했다. 2021~2022년 투자 붐이 일었던 시기와 달리, 최근 몇 년간 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투자 재원이 줄어드는 등 벤처펀드 조성 환경이 악화된 모습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운영 중인 벤처펀드는 2159개, 총 규모는 60조 7088억 원에 달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벤처투자시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투자재원은 △2020년(32조9396억원) △2021년(41조2846억원) △2022년(51조3053억원) △2023년(56조6210억원) △2024년(60조7088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으며 2020년에 비해 현재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펀드 조성이 냉각된 분위기에도 VC 발 신규 투자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20204년 신규 투자금액은 6조6315억원으로 전년 대비 22.9% 증가했다. 투자 건수 역시 2281개사에서 2494개사로 늘어나며 VC가 신중하면서도 선택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ICT 서비스 분야가 전체 투자금의 31.3%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등의 분야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VC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의료(16.1%)와 전기·기계·장비(13.3%) 분야도 높은 투자 비중을 차지했다. 바이오 분야는 최근 몇 년간 침체기를 겪었으나, 신약 개발 및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VC가 투자 기업을 선정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2024년 투자금의 46.1%가 후기 단계 기업에 집중됐다. 이는 VC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미 검증된 성장 기업 위주로 투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초기보다 후기에 투자를 집중하는 경향은 2020년부터 점차 짙어지고 있다.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에서도 빠른 수익 실현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 회수 유형을 살펴보면, 인수·합병(M&A)이 전체 회수의 54.4%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회수 비중은 30.6%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내 증시 저평가 상태가 길어지면서 상장을 통한 회수가 위축된 영향이다.

한 벤처업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도 VC 업계가 신중한 투자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미래 산업의 성장성이 확실시되는 분야에 한해서는 자금 유입이 계속될 전망이다. 모태펀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도록 민간 출자가 증가하면 펀드 결성도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