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탄핵 펀치에…은행주로 피신하는 외국인

주식

이데일리,

2025년 4월 03일, 오후 07:14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방안 발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국내 증시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외국인들이 은행주 매수에 나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관세 영향을 덜 받는 내수주로서의 매력이 부각한 데다, 탄핵 선고 이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정책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에 은행주 보유 비중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사진=뉴스1)
3일 코스코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3월27~4월2일) 외국인 투자자는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상장지수펀드(ETF)’를 33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지수나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제외할 경우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ETF’의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다.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ETF’는 국내 은행 섹터에서 배당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하는 은행주와 우량 보험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우리금융지주(316140), 하나금융지주(086790), 기업은행(024110), 신한지주(055550), KB금융(105560) 등의 순으로 투자 비중이 크다. 매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지난해 연간 분배율은 5.7%를 기록했다.

개별 종목으로도 외국인의 은행주 매수세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상호관세 부과를 앞둔 지난 2일 외국인 순매수 1위는 KB금융(105560)이 차지했다. 외국인은 KB금융을 144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뒤이어 기업은행은 외국인 순매수 6위에 올라 64억원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외국인은 하나금융지주를 41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이 은행주를 매수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결정되면서 방어주로서 매력이 부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경우 25%의 상호관세 부과가 결정됨에 따라 주요 수출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은행주는 내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관세 리스크가 덜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은행들의 올해 1분기 실적도 안정적일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증권가에선 8개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기업·JB·BNK·DGB)의 올해 1분기 합산 순이익은 6조원을 기록해 컨센서스(시장 전망치)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화 대출이 성장하고, 은행 평균 순이자마진(NIM)이 소폭 상승하면서 견조한 실적을 나타낼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를 기점으로 밸류업 모멘텀이 재부각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따른 탄핵 소추 이후 약 3개월 간의 탄핵심판 심리를 거쳐 오는 4일 결과가 선고될 예정이다. 그동안 탄핵 사태에 따른 밸류업 정책 동력 약화 우려가 은행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에는 밸류업이 다시 탄력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지영 교보증권 센터장은 “올해 들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지속 가능성과 관련한 우려가 대두하면서 은행주의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국내 시중은행들이 타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이익을 수준을 시현함에 따라 밸류업을 통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견조한 펀더멘털과 환율 안정으로 주주환원 확대 여건이 마련됐다”며 “늦어도 7월 말에 발표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며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재부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