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수 과정에서 권석만 지니틱스 대표에게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경영진이 이를 명분 삼아 전략적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는 주장이다.

타이 하오 헤일로그룹 회장.
타오 하이(Tao Hai) 헤일로 회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니틱스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는 인수 당시 가장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권석만 대표가 직접 한국 대형 로펌과 함께 실사를 진행하고 직접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월 2일 권 대표가 보낸 관련 이메일을 증거로 제시했다.
타오 회장은 “만약 지니틱스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었다면 해외 자본인 헤일로의 인수에 앞서 반드시 정부 승인 절차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등 승인 절차가 전혀 없었으며, 이는 지니틱스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지 않았음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지니틱스는 당초 이달 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현 경영진 해임 안건을 포함한 의안을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주총 하루 전날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와 관련해 산업통상부장관의 승인 받을 시간을 고려해 임시 주총 일자를 변경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타이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전략적 지연”이라고 지적했다. 지니틱스는 휴대전화·IoT 기기의 터치 컨트롤러IC, OIS 드라이버, 햅틱 드라이버 등 상용 반도체 기술을 보유·개발하는 회사로, 대부분 민수용 상용 제품에 해당해 국가 안보나 방위산업 핵심 전략 기술과는 거리가 먼 분야다.

헤일로그룹이 지니틱스를 인수하기 전 실사를 맡았던 권석만 당시 헤일로 한국지사장(현 지니틱스 대표)가 헤일로 측에 ‘지니틱스는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확인한 이메일. [사진=헤일로]
헤일로는 기술 유출 및 경업 금지 위반 등을 이유로 이사진 해임을 추진 중이며, 현 경영진은 오히려 기술 보호를 명분으로 주총을 연기하며 방어에 나선 상황이다.
지니틱스 현 경영진 측은 권 대표가 운영 중인 엘리베이션이라는 법인이 지니틱스와 전혀 다른 고객사·제품군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경업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헤일로 측은 “엘리베이션은 지니틱스의 핵심 기술과 유사한 제품군을 다루고 있으며, 국내외 고객사도 일부 중복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실제로 엘리베이션이 해외 고객사에 지니틱스와 동일한 제품군을 제안한 정황도 확인돼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헤일로 그룹이 권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당시부터 엘리베이션반도체의 대표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현 경영진 측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우리가 인지했던 법인은 과거 헤일로가 미국 반도체 기업 나비타스와 설립했던 합작법인 ‘엘리베이션 세미(Elevation Semi)’로, 이 회사의 지분은 이미 매각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 대표가 이후 유사한 명칭으로 ‘엘리베이션 세미코리아(엘리베이션반도체)’를 별도 설립한 뒤 지니틱스와 유사한 기술을 외부에 영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이를 숨기고 ‘기존 합작사’와 혼동되도록 만든 것 자체가 명백한 기망 행위”라고 강조했다.
특히 타오 회장은 엘리베이션이 지니틱스 인수 이전인 2022년부터 존재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인수 초기부터 경영진이 사익을 도모할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이는 단순한 이해충돌이 아니라 기술 유출 및 주주 이익 침해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 경영진 측이 전환사채(CB) 발행 관련 정관 변경에 대해 “최대주주와 합의가 된 사안”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위법 정황을 확인하기 전”이라고 일축했다.
또 권 대표는 최근 일부 매체를 통해 헤일로 인수 이후 지니틱스의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고 주장했으나, 헤일로 측은 “오히려 현 경영진 합류 이후인 2024년 3분기부터 3분기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고 반박했다.
헤일로는 1분기 말 기준 지니틱스 지분 34.4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지난해 8월 서울전자통신으로부터 주식을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권석만 대표와 장호철, 남인균 이사 등 현 경영진은 모두 당시 헤일로 자회사에 몸담았던 인물들이다.
헤일로는 지난 3월 말 주총을 앞두고 엘리베이션과 관련한 경업금지 위반 및 기술 유출 정황을 포착한 뒤, 4월부터 한국과 미국에서 총 4건의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타오 회장은 “지니틱스를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시킬 새로운 이사진 구성 및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며 “임시 주총이 연기된 상황에서도 소액주주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며 의결권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