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남우(왼쪽에서 네번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경협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사주는 배당과 더불어 대표적인 주주 환원 수단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주주 환원 수단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며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나 지배주주에 우호적인 기업과 자사주를 맞교환해 서로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법으로 이용돼 왔다”고 지적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자사주에 대한 국내 시장의 오해를 바로잡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 자산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주식환매의 일환이지만 국내에서는 회사의 자본 차감이 아닌 자산 증가로 인식한다는 지적이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자사주는 배당권도, 의결권도 없기에 유통주식 수나 시가총액에서 빼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라면서 “국내에서는 주당순이익(EPS) 등 다른 지표 계산에도 자사주가 영향을 미쳐 투자 판단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도 “자사주는 실제 주식을 거래하는 게 아니라 출자자본을 원하는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본질이기에 매입하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시총 산정 시 주식 수에서 제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자사주 소각 관련 상법개정안에 대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더라도 소각 전과 사실 달라질 것이 없기에 충분히 실행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국내에서는 수많은 기업이 우호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안정 및 방어 등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제3자에게 처분해 왔다”며 “자사주를 의무 소각하게 하면 자사주 매입 행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볼 문제”라고 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발의한 상법개정안에는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되 임직원 보상 등을 예외적으로 소각 의무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리사주조합이나 근로복지기금에 자사주를 출연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김규식 비스타글로벌자산운용 변호사는 이에 대해 “자사주 의무 소각 예외 대상에 대한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면서 “복지재단, 장학재단, 복지기금, 우리사주 등에 자사주가 넘어가게 되면 경영진의 지배력 남용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재단 및 기금의 운용을 외부에 위탁하도록 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전제로 의무 소각 예외조항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사주 보유현황과 보유목적, 취득·소각·처분 계획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자사주를 취득할 때 어떤 회사도 그 목적을 ‘경영권 방어’라고 공시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 주주환원을 목적으로 내세운다”면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반대하는 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버티기 이슈’”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주 보유 시에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자기주식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주주총회 승인을 받지 못한 자사주는 소각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