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어스법 통과 임박"…서클, 서학개미 순매수 1위 '9000억 베팅'

주식

이데일리,

2025년 7월 12일, 오전 08:01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한 달간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인터넷(Circle Internet Group·티커명 CRCL)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클인터넷그룹의 CEO 제러미 알레어와 공동 창업자인 션 네빌이 2025년 6월 5일, 회사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일 뉴욕시의 거래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미국 의회에서 ‘지니어스(GENIUS) 법안’이 통과하며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진입 기대가 커진 가운데, 서클 주가는 한 달 새 90% 가까이 급등했다. 다만 월가에서는 고평가 경고와 함께 리스크 요인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월 1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은 서클인터넷 주식을 총 6억 3745만달러(약 879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알파벳(2821만달러)나 애플(1741만달러) 등 빅테크를 제친 것은 물론 개별주식 순매수 상위 2, 3위를 차지한 코인베이스(1억 8271만달러·2520억원)와 팔란티어(1억 1587만달러·1598억원)와도 격차가 벌어진 수준이다.

서클은 미국의 주요 테이블코인인 USDC의 발행사로, USDC는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테더(USDT)에 이어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이다.

서클은 지난 6월 초 기업공개(IPO)를 통해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지난 2021년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거래를 승인하지 않아 특수목적인수회사(SPAC)와의 합병 시도가 실패한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이번 상장은 2021년 코인베이스가 직접상장 방식으로 IPO한 이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기업 상장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11일(이하 현지시간) 종가는 187.33달러로 공모가 31달러 대비 6배 급등한 수준이다. 지난달 23일에는 장중 298.99달러까지 치솟아 공모가 대비 10배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7월부터는 180~200달러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미국 연방의회의 암호화폐 관련 법안 심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가 상장 직후부터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하원은 이른바 ‘암호화폐 3법’인 지니어스(GENIUS) 법안, 클레러티(CLARITY) 법안,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감시국가 방지법을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특히 폴리티코에 따르면 하원 공화당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안인 지니어스법의 경우 원안 그대로 처리할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오는 14일 오후 4시에 회의를 열고 지니어스법 표결을 위한 절차를 확정할 예정이며, 빠르면 15일 본회의 표결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미국 역사상 최초로 암호화폐 관련 연방 규제법이 탄생하게 된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운영 방식을 제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여러 연방 및 주 법률로 분산된 스테이블코인 산업에 대한 법적인 틀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자금세탁 방지 및 제재 준수 의무가 포함됐고, 유통량이 500억달러 이상인 대형 스테이블코인은 외부 회계감사도 받아야 한다.

한편 월가에서는 서클의 급등세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댄 돌레브 미즈호 애널리스트는 서클에 대해 ‘언더퍼폼(매도)’ 의견을 제시하며 목표주가를 85달러로 제시했다. 돌레브는 “월가의 서클 인터넷 매출에 대한 현재 장기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서클의 2027년 매출이 현재 애널리스트 컨센서스인 45억달러보다 25~30% 낮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의 케네스 워싱턴 애널리스트도 “현재 주가는 펀더멘털보다 기대에 기댄 과열 상태”라며 보수적 관점을 유지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규제안이 확정되더라도 페이팔, 아마존, 월마트 등 전통 대기업이 진입할 경우 경쟁 심화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은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를 대체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기관은 장기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티은행은 서클에 대한 ‘매수(Buy)’와 목표주가 243달러를 제시했다. 시티는 “서클은 스테이블코인 도입 확대를 주도할 핵심 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녔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기술적 이점으로 ‘프로그래밍 가능성’을 꼽으며, 이는 새로운 결제 사용 사례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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