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이 단순 언론윤리를 넘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불공정거래라는 점에서 향후 언론계에 대한 주식거래내역 공개 제도 도입 논의 등 법적 제재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 미리 주식 사고, 기사 띄우고 팔아치워…최고 수억 원 부당이득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과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전·현직 기자 20여 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KBS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대체로 기사 출고 직전 특정 상장사의 주식을 집중 매수한 뒤 기사가 배포되자 주가 상승 국면에서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선행매매 수법 등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에는 수익이 5억 원 이상에 달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 대상은 일간지와 경제지, 인터넷 매체 등 다양한 언론사 전반에 걸쳐 있다. 일부 기자는 배우자 명의 계좌를 이용해 ‘특징주’ 관련 기사를 내기 전 선매수를 반복해온 정황도 포착됐다. 특사경은 수상한 주가 흐름과 기사 시점이 겹친 사례 수백 건을 집중 분석 중이며, 수사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코스닥 기업들이 부당한 주식거래 대상이 됐다. 실적 기대감과 수주 계약, 인수합병(M&A) 가능성 등 개별 호재성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목들이 주 대상이었으며, 일부 종목은 보도 후 주가가 6배 이상 급등한 사례도 확인됐다.

◇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 짙어…전문가 “언론계 주식거래 내역 공개 가능성도”
법조계 및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높다고 본다. 자본시장법 제178조는 ‘부정한 수단이나 기교를 동원해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174조는 상장사의 업무와 관련해 알게 된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4~6배에 달하는 벌금에 처해진다.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윤리적 측면에서도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에 위배 된다. 관련 강령에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보도 목적 이외에 사용해서는 안 되며, 사익 추구에 활용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언론계의 부정거래 차단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에도 인수합병(M&A) 실무자, 기업금융 관련 변호사·회계사,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이 업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선행매매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었지만 언론계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적발된 것은 이례적이라, ‘자본시장 사각지대’ 제재 강화 차원에서 새로운 제한이 마련될 수 있다는 평가다. 각 언론사 내에서도 내부 통제 강화에 대한 논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도 주식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기조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을 내놓고 주가조작 및 불공정거래 등에 대해서 조사 체계 시스템 개편과 제도적 처벌 수위 강화, 네임 앤 쉐임(명명하고 망신주기) 전략 등의 강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기자는 정보 접근성과 영향력 측면에서 애널리스트나 IB, 기업 임원과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며 “정보 불균형이 시장 참여자와 일반 투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구조가 명백한 만큼, 금융이나 증권 등 관련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에 대해 주식 거래내역을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이나 사전신고제 도입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