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24개 자산운용사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지만 실제 상장을 신청한 곳은 중소형 운용사 2곳에 불과하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은 공모펀드 직상장을 위한 내부 검토를 진행했으나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ETF 규율을 준수하기로 했지만 직상장 펀드의 순자산가치 산출 등 여타 세부 규율은 아직 모호한 상태인데다 상장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펀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설정액 500억원을 충족하는 펀드가 많지 않고, 이러한 조건을 맞추면서까지 직상장을 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모펀드 직상장은 공모펀드를 한국거래소에 상장해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쉽게 매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매매 편의를 높이고 판매 수수료를 줄여 그동안 위축됐던 공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업계가 공모펀드 직상장을 꺼리는 이유는 우선 보수 문제가 크다. 직상장 펀드의 상장클래스 보수를 낮출 경우 같은 펀드의 다른 클래스 보수도 함께 인하해야 한다는 압박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운용사들은 여전히 은행과 증권사 창구 판매에 의존하고 있어 주요 판매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직상장으로 동일한 펀드의 클래스별 판매보수 격차가 커지면 판매사와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시간 순자산가치(NAV) 산출이 가능한 ETF와 달리 액티브 펀드의 경우 장 마감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장중 실시간 대응이 필요한 유동성공급자(LP) 참여가 저조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공모펀드 LP로 참여 의사를 밝힌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SK증권 등 4곳에 불과하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액티브펀드는 ETF와 달리 실시간 NAV 산출이 어려워 LP들이 위험을 부담하기 꺼린다”며 “결국 ETF와 유사한 패시브 펀드만 직상장이 가능한 구조라 굳이 공모펀드를 직상장할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공모펀드 직상장은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2023년 1월 취임 당시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사업이다. 당초 2024년 출시를 목표로 했으나 2025년 상반기, 다시 하반기로 계속 연기되며 1년 넘게 표류했다.
서 회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까지로 약 2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연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사례는 없다. 업계에서는 제도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어 실질적인 활성화 방안 마련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애초에 공모펀드를 직상장할 유인이 크지 않아 업계의 기대감도 높지 않았다”며 “서 회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제도 활성화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직상장보다 가입 절차 간소화와 펀드 수익률 경쟁력을 높이는 실질적인 펀드 활성화 방안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지난해 공모펀드 상장거래 서비스 간담회에서 “낮은 비용과 거래 편리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기반으로 한 적극적 운용과 혁신적 전략을 통해 벤치마크를 초과하는 성공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