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잘나가는 기업’은 여성 인력을 키운다...“한국 중요한 변곡점”[마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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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0월 16일, 오후 06:40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여성 임원 비중이 높은 기업이 재무적 성과가 높다. 이제는 여성 인적자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경영에 참여시키는가가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이다”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여성이사협회(WCD) 한국지부 창립 9주년 포럼에서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여성 인재는 ESG의 S와 G를 잇는 전략적 자산”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사회 다양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윤리경영, 인재유지율, 기후 대응전략 등 ESG 지표에서도 긍정적 성과를 낸다”며 “여성 인재는 다양성의 상징이 아니라 기업의 혁신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자원이다. 이제는 제도와 시장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이 더 높은 재무성과를 내고 리스크 관리와 윤리경영에서도 강점을 보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맥킨지에서 발표한 지난 2018·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임원 비중이 높은 상위 25% 기업이 수익성 초과성과 가능성이 25~39%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미국·영국 기관투자자 3분의 2가 이미 성별 다양성을 의결권 행사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며 “한국도 여성 인적자본 관리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러나 국내 기업의 여성 리더십 육성 정보는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며 “정보 부재가 시장의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공시는 기업의 의지와 실행력을 보여주는 ‘온도계이자 압력장치’”라며 이사회 여성 비율,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 등 핵심 지표를 공시와 지배구조보고서, 스튜어드십코드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여성이사협회 포럼에 참석한 토론 패널들. 왼쪽부터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유라 땀 대표, 백승엽 SK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 지원 담당 임원, 이웅희 KSSB 부위원장 (사진=지영의 기자)
이날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진행한 수 로이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부위원장도 기업들이 여성 인적자원을 키우고 지원하고 있는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경영 공시가 기업의 신뢰를 세우는 핵심 언어이고, 여기에 여성인적자원 관리 현황을 체계적인 기준 하에 담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ISSB는 전 세계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표준화하는 IFRS 재단 산하 기구로, 투자자 중심의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기준’(IFRS S1·S2)을 제정·운영하고 있다.

로이드 부위원장은 ”여성 리더의 강점은 경청과 조율, 협상의 능력이다. 지속가능한 ‘소프트파워’를 갖춘 인력“이라며 “여성 임원이나 후보, 리더십 파이프라인이 뒷받침돼야 하고, 여성이 의사결정에 내재적으로 참여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경영 공시는 기업의 신뢰를 세우는 핵심 언어”라며 “여성 리더십은 그 언어를 해석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 현재 ‘한국지속가능성공시기준위원회(KSSB)’를 출범시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로이드 부위원장은 한국이 기준을 마련하는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를 맞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ISSB 기준과 정합성이 있는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마련 중이고 KSSB가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며 ”전통적 재무제표만으로는 기업가치 판단에 한계가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기업이 단기·중기·장기적으로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지를 보고 싶어 한다. 한국도 글로벌 기준과 같이 나아갈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디지털 ‘러닝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김유라 땀 대표가 참여해 여성 특유의 공감능력과 사업 감각을 적용해온 경험을 공유했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백승엽 SK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 지원 담당 임원, 이웅희 KSSB 부위원장 등 학계와 기업에서도 참여해 여성 인적자원 육성과 공시 체계 마련의 중요성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이어갔다.

이웅희 KSSB 부위원장은 “일본은 이미 지난 2013년에 아베노믹스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기업의 기속가능성과 투자자 관계 강화를 추진하며 인적 자본을 지속가능성의 핵심으로 꼽았다”며 “지속가능성 지표에서 출산 이후 복직률 등의 기준을 세우고 여성의 경영 참여를 중요하게 여기고 취업 확대를 위해 정부 정책에 반영해 노력했다. 우리와 비슷하게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감소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앞서나간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KSSB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성별과 소속이 모여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백승엽 SK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 지원 담당 임원은 “SK그룹에서도 여성 관리자들과 임원들의 중요성을 깊이 인지하고 있고, 지난 2022년부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현재는 사외이사 전체에서 여성 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한다”며 “올해는 SK그룹 내 12개 상장사 중 최초로 여성 이사회 의장(SKC 채은미 의장)을 배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여성 관리자 비율을 늘리고, 이 중에서 여성 임원과 최고경영자(CEO) 배출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기업들이 왜 여성 인력을 고용하고, 적극적 의사경영에 참여시켜 기업가치를 올려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하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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