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이지스자산운용 주주 및 매각주관 측은 본입찰 전 원매자들에게 ‘3개 자회사 재매입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대상인 이지스자산운용을 인수하더라도 조갑주 전 대표와 일부 주주 측이 자회사인 이지스엑스자산운용, 이지스투자파트너스, 그리고 싱가포르 소재 글로벌 법인(IGIS Asia Pte. Ltd.)을 다시 사올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사실상 이들 자회사를 매각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구다.
문제는 이 세 곳이 단순한 주변 법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지스엑스자산운용은 이미 국내 부동산운용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는 알짜 계열사로 평가받는다. 이지스자산운용의 네트워크와 딜 파이프라인, 운용 경험을 공유하며 성장해 왔고, 국내 오피스·물류뿐 아니라 해외 부동산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싱가포르 법인 역시 이지스의 아시아 지역 펀드 운용 창구 역할을 하고 있어, 이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해외사업의 핵심 채널을 잃게 된다. 이지스투자파트너스 역시 기업 투자 GP로서 입지를 다진 알짜 투자사다.
본입찰 전 이 같은 조건에 대해 원매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복수의 원매자가 “매각대상에서 알짜 자회사들을 빼면 인수 의미가 없다”며 예비실사 단계에서 참여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입찰 단계에서는 복수의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가 관심을 보였으나, 본입찰에는 한화생명, 흥국생명,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등 세 곳만 제안서를 제출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운용사의 가치가 결국 인력과 플랫폼인데, 그 핵심을 빼고 팔겠다는 건 거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게다가 저 자회사들을 빼고 팔면 사실상 SPA에 경업금지 조항을 넣어도 무력화할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매각 측은 일단 자회사 재매입 조건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조 전 대표와 우호 주주들은 여전히 매각 동의는 자회사 일부를 되사오는 전제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표가 이지스엑스 등 신설 플랫폼을 중심으로 경영권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뚜렷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자회사 재매입 조항은 주요 주주인 유족의 의지와는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표와 우호주주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자회사 재매입 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영권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0년 설립된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최대 부동산 전문 운용사 중 하나로, 2012년 영국 런던 자산 인수를 계기로 해외 진출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AUM)은 약 66조8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더라도 자회사 처리 문제를 둘러싼 주주 간 이견이 남아 있어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