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회 SRE에서 채권시장 전문가 222명 중 28명(12.6%)이 LG화학 신용등급이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지난 35회 SRE에선 24위로 낮은 순위를 기록했으나 1년 새 15계단이나 상승했다. 전체 응답자의 24명은 등급 하향이 필요하다고 봤고 4명은 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담당 업무별로 보면 CA 8명, 비 CA 16명은 등급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CA 1명과 비 CA 3명은 상향 조정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 LG화학에 대해 국내 3대 신평사 중 NICE신평과 한기평은 ‘AA+’ 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고, 한국신용평가만 ‘AA+’ 등급에 ‘안정적’ 전망을 유지해 등급 전망에서 스플릿이 생겼다. NICE신평이 올해 1월 LG화학의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선제 하향 조정했고 한기평도 같은 해 6월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LG화학은 공급과잉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진행되는 와중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한 배터리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쏟아부으며 재무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했다. 2021년 7조8664억원에 달하던 EBITDA는 올해 상반기 기준 1조138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부채비율은 2022년 81.4%에서 올해 상반기 110.7%로 최근 3년간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SRE자문위원은 “LG화학은 몇십 년간 AA+ 등급을 유지해왔는데 선제적으로 등급 전망을 낮춘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룹 계열사 후광 때문에 같은 석유화학 업종이더라도 덜 위험하게 생각하는 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그룹 계열사다 보니 구조조정이 느려지고 통폐합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등급 하향 가능성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LG화학의 등 급전망을 선제적으로 낮춘 NICE신평은 추가 하향조정 검토 요인으로 “부정적인 영업환경으로 현금창출력 저하가 지속돼 총차입금/EBITDA 3배 초과 수준이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경우”를 제시하고 있다. LG화학의 총차입금/EBITDA 배수는 2020년 2.5배, 2021년 1.9배 수준에서 2023년 3.4배, 지난해 4.9배까지 높아진 뒤 올해 상반기 기준 4.2배로 3배 초과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 LG화학은 재무 부담 완화를 위해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고 보유 중인 자회사 지분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워터솔루션 사업부와 생명과학사업본부 내 에스테틱 사업을 각각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와 VIG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최근엔 LG에너지솔루션 지분 2.46%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수익스왑(PRS)으로 자금을 조달해 첨단소재,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에 투입한 차입금 상환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PRS는 실질적으로 주식담보대출의 부채 성격이나 부채가 아닌 것으로 인식되면서 재무구조 수치 개선 측면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부채를 증가시키고 3년 뒤 LG에너지솔루션 주가 하락 시 손실 리스크가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산 유동화에 대한 불확실성 리스크는 여전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6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