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규제 뚫고…NH證, 금융지주 계열 중 유일 ‘1조 클럽’

주식

이데일리,

2025년 11월 19일, 오후 07:10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올해 국내 증시 강세에 힘입어 증권사 실적이 3분기까지 전반적으로 개선된 가운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중에선 NH투자증권이 누적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독립계 증권사가 자산관리(WM)·기업금융(IB) 역량을 기반으로 상위권을 형성한 흐름 속에서도 NH투자증권의 실적은 단연 눈에 띈다는 평가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005940)은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 23억원, 순이익 7481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지주 계열 가운데 누적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유일하게 진입한 증권사다. KB증권(6679억원), 신한투자증권(4626억원), 하나증권(1842억원)과 비교해도 격차가 뚜렷했다.

NH투자증권 사옥 (사진=NH투자증권)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규제를 적용받는 지주사의 자본 규제를 함께 부담한다는 점에서 이번 실적의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금융지주는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3% 이상 유지해야 한다. 이는 증권사 자체적으로 적용되는 순자본비율(NCR) 규제와는 별도로 적용된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는 NCR을 충족하면서도 모회사인 금융지주의 BIS 비율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본 운용 전략을 세워야 한다. 고위험 자산을 늘릴 땐 NCR과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쓰이는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이 동시에 커져 독립계 대비 자본 활용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모험자본 투자에 필수적인 발행어음 투자에서도 제약 요인이 크다. 금융당국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비상장주식 등 고위험 자산에 투자할 때 위험가중치를 최대 400%까지 부과한다. 독립계 증권사가 발행어음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것과 달리,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는 BIS 영향 탓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부터 일부 주식 익스포저 위험가중치를 400%에서 250%로 완화할 예정이지만, 비상장주식 등은 기존 400%가 유지된다. 벤처·스타트업 등 육성을 위한 모험자본 투자는 여전히 높은 자본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자본 활용 제약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도 NH투자증권이 지주 계열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한 데 대해 업계에서는 내부 운용·리스크관리 체계가 작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증권업계가 단기 트레이딩이나 발행어음 운용에 의존하는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NH투자증권은 본업 중심의 이익 기반을 강화하며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갔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BIS 규제는 금융 안정 측면에서 불가피하지만, 그 안에서도 성장을 만들어낸 NH투자증권의 실적은 주목할 만하다”며 “중장기적으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자본 활용 한계가 완화된다면 NH투자증권의 시장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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