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실효성?…주주총회부터 바뀌어야”

주식

이데일리,

2025년 11월 21일, 오후 05:27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등 개정 상법의 입법 취지를 살리려면 주주총회가 바뀌어야 합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정책 심포지엄에서 “주주총회가 제대로 작동해 일반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제도가 의미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21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지속 가능한 코리아 프리이머 시대를 위한 정책 과제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이데일리 기자)
국회는 여당 주도로 지난 7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대한 1차 상법 개정안을, 8월에는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가 담긴 2차 개정안을 각각 통과시켰다.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도 12월 정기국회 내 처리한다는 목표다.

황 연구위원은 “이사 충실 의무,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은 모두 주총에서 이사와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지배주주가 원하는 이사가 뽑혀 지배주주의 영향력 안에서 주총이 이뤄진다면 개정 상법은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 관련한 발의안을 봐도 주총 승인을 거치면 자사주 소각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게 돼 있다”며 “주총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주총 제도 관련 문제점으로는 △개최일의 집중 현상 △짧은 안건 통지시기 △배당 정보의 불투명성 △이사 보수 공시의 부정확성 △해외 기관투자자에 대한 차별 등을 짚었다.

황 연구위원은 “12월 결산법인의 96.4%가 3월 20일부터 31일 사이에 주총을 개최해 주총일이 몰려 있다. 주총 안건 검토에 필요한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도 주총 일주일 전에 몰아서 공시한다”며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의결권 행사 절차로 인해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찬반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며, 국내 기관투자자도 일주일 안에 수백개의 회사를 분석해야 하기에 충실하게 검토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주총 안건 통지시기가 짧은 나라 중 하나”라며 “주주 권익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함을 시사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만과 같이 주총 쿼터제를 도입할 수 없다면 일본처럼 주총 안건을 3주 전에 전자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배당 기준일 전에 배당금을 고지하지 않아 발생하는 ‘깜깜이 배당’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막기 위해 주총 이후 날짜로 배당기준일을 설정하고 이를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등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 연구위원은 “이사회는 배당 결정 관련 재무제표를 6주 전에 감사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이미 6주 전에 배당 결정이 나온다는 이야기”라며 “배당정책, 배당여부, 배당결정에 대한 내용을 감사한테만 제출할 게 아니라 주주들도 알 수 있도록 6주 전 공시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해외 기관투자자에 대한 차별 문제도 짚었다. 해외 기관투자자가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주총 4영업일 전까지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기에 관련 정보를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며, 중간에 안건이 변경되더라도 의결권을 되돌리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황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전자투표는 본인인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해외 기관 투자자들은 이용할 수 없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한다”며 “상임대리인을 통한 의결권 행사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며 본인 인증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같은 전자주총 참여 방안을 마련해야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코리아 프리미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지속 가능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위한 정책 과제’를 주제로 자본연과 한국파생상품학회가 공동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에 대한 구조적 요인을 짚어보고 대만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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