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IB] 한국 자본이 글로벌 골프 브랜드를 사냥하는 이유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생 사모펀드(PEF) 아코마파트너스가 글로벌 골프 브랜드 PXG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에 착수했다.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FI)를 모아 글로벌 브랜드를 직접 사들이겠다는 구상이다. PXG는 미국 본사 차원에서 오너십 재편을 검토해 왔고, 글로벌 투자자들도 물밑에서 움직이며 매각전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국내 골프 관련 브랜드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해외 골프 브랜드 투자는 일견 의아해보이는 측면이 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골프 수요가 꺾이면서 재고 소진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발생했다. 팬데믹 시기 ‘골프 붐’을 타고 다수의 브랜드가 우후죽순 진입한 것도 공급 과잉으로 되돌아왔다. 보그인터내셔날의 보그너, JDX를 운영하던 신한코리아 등이 잇달아 법정관리에 들어간 배경이다.
투자업계에서는 국내와 다르게 해외 브랜드는 사업 구조 자체가 달라 수익성 악화가 덜하고, 밸류업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예를들어 글로벌 골프 브랜드인 PXG,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는 클럽·볼 등 하드웨어와 특허 기술, 투어 선수 라인업, 로고·디자인권(IP)이 결합된 브랜드다. 장비 성능이 곧 실력과 연결되는 시장 특성상 기능성이 가격을 정당화해주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도 반복 구매하는 충성 고객층이 있다는 평가다. 신제품·한정판 출시 때마다 수요가 꾸준한 것도 강점이다. 또한 이러한 IP는 의류·모자·가방·액세서리 등으로 확장할 수 있어 단일 제품군에 묶이지 않는 수익 구조를 갖는다.
해외 업황 자체도 국내와는 온도차가 있다. 미국·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는 팬데믹 이후 성장률이 둔화됐지만 참가 인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기저 수요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장비 중심 시장은 경기 민감도가 낮아 글로벌 브랜드가 안정적으로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이에 PEF 업계는 국내 매물보다 해외 브랜드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브랜드는 내수 침체로 성장성이 제한적이지만, 글로벌 브랜드는 지역 확장·라이선싱 등으로 밸류업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테일러메이드를 약 2조1500억 원에 인수한 뒤, 현재 4조 원대 재매각을 추진하며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국내는 구조조정 중심, 해외는 공격적 인수전 중심의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국내 골프 브랜드는 내수 사이클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글로벌 브랜드는 장비·기술·IP가 가치의 핵심이라 경기 변동에도 수요가 쉽게 꺾이지 않는다”며 “아시아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해외 브랜드는 향후 5~10년간 밸류업 스토리를 만들기 좋은 자산”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