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석유화학 구조재편 첫 성과…롯데케미칼, 저평가 완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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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1월 27일, 오전 08:05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롯데케미칼(011170)과 HD현대케미칼이 대산 석유화학단지 통합을 골자로 한 사업 재편안을 정부에 공식 제출했다. 정부가 추진해 온 석유화학 구조조정 정책의 첫 가시적 성과라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공급과잉 해소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황 반등의 단초를 마련한 만큼 롯데케미칼의 과도한 저평가(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완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표=메리츠증권)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7일 보고서에서 “대산 석유화학 산단에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구조재편 시도는 현재 정부의 석유화학 구조조정 정책 첫 번째 성과물”이라며 “단번에 공급과잉 해소는 불가하지만, 시도 자체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최근 협의한 대산공장 재편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승인 심사 형태로 신청했다. 이번 안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의 물적분할 △분할 신설회사의 HD현대케미칼과의 합병 △동시에 롯데케미칼의 HD현대케미칼 지분 추가 취득이 핵심이다. 합병 이후 HD현대케미칼의 지분 구조는 기존 ‘HD현대오일뱅크 60%·롯데케미칼 40%’에서 양사가 각각 50%로 바뀐다.

신설 법인은 롯데케미칼 연결에서 제외되며 지분법 대상 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노 연구원은 “대산 법인의 연결 손익이 빠지면서 롯데케미칼의 실적 변동성이 줄고 적자 축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산 지역에서 양사가 보유한 에틸렌 생산능력은 롯데케미칼 110만톤, HD현대케미칼 85만톤 규모다. 이번 구조재편의 목적은 NCC(납사분해설비)와 후속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구조를 통합해 비효율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설비 폐쇄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단기적으로는 가동 중단 수준에서 운영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편은 공급과잉 구조를 안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업황에서 ‘방향성 변화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노 연구원은 “국내 업계는 중국의 투자 기조와 100%를 넘어선 자급률 확대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며 “중국의 Anti-Involution(내부 과열 경쟁 완화) 정책의 실효성도 크지 않아 산업 사이클을 단번에 바꾸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투입원가 구조는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가가 단기 고점 이후 안정세를 찾고 있고, 천연가스 가격 강세로 NCC가 미국 ECC 대비 원가 경쟁력을 일부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밸류에이션 매력도 부각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전일 종가 기준 PBR은 약 0.3배 수준으로 여전히 역사적 저점권에 머물러 있다. 노 연구원은 “구조재편에 따른 연결 손익 개선, 투입원가 안정화, 업종 전반의 공급 축소 흐름 등을 고려하면 적정 멀티플 상향 여지가 충분하다”며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가능한 환경으로 이동 중”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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