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 “ESG는 단순 착한 투자 아냐, 리스크와 수익률 관리의 핵심”

주식

이데일리,

2025년 11월 27일, 오전 09:30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지속가능한 투자, ESG는 더이상 착한 투자가 아니라 수익성과 리스크관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프레임이다"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장은 25일 LG와 GRESB가 공동 주최한 인사이트 2025 포럼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혹은 지속가능성 때문에 투자하는 것이 되거나 그게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결국 계속 수익률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ESG는 ‘착한 투자’로만 볼게 아니라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프레임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자본시장의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은 ESG가 ‘평가표’나 ‘정책적 키워드’가 아닌 투자 의사결정의 작동 방식에 자리잡은 기관이다.

원 위원장은 “국민연금은 산업재해, 하도급, 공정거래까지 모두 ESG 평가체계에 담아 점수화하고, 그 점수를 투자와 주주활동에 바로 연결하고 있다"며 “ESG는 국민연금이 믿고 자금을 맡긴 가입자들에게 이익을 어떻게 환원할 것이냐 하는, 수탁자 책임의 원칙과 고민을 가장 잘 풀어나갈 수 있게 하는 좋은 도구”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에는 많은 기업이 부담스러워했지만, 최근에는 ESG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ESG에 부합하려는 노력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결국 각 기업이 가진 경영 이념에 충실해지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ESG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인식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ESG강화는 투자자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시장과 정치,사회가 함께 움직여야 장기투자 구조가 만들어진다"며 "ESG 원칙이 오래전부터 자리잡은 유럽에서는 대중들이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 위기의식이 정치인들에게 압박이 됐다. 그래서 규제가 만들어지고 발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장은 25일 LG와 GRESB가 공동 주최한 인사이트 2025 포럼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운용사들 “ESG에 투자하는 비용, 자산가치 향상으로 이어져”

국내 기업과 운용사들은 ESG가 이제는 운영비 구조·재무 성과·잔존가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실무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봤다. 부동산·대체투자 시장에서는 탈탄소 규제, 에너지 효율, 임차인 요구가 곧 현금흐름 안정성과 매각가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LG전자 해외 B2B사업본부를 맡고 있는 저스틴 김 팀리더는 건물 부문의 탄소 배출이 전 세계 배출의 4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ESG 체계를 단계적으로 강화했고, 그게 글로벌 리더십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인텔리전트 라이프스타일, 클린테크 기반의 자원 순환 등 지속가능성을 직접 제품·사업 전략에 녹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정치 환경상 침체된 것처럼 보이지만 지속가능성 규제는 단순 컴플라이언스를 넘어서 건물 운영비와 자산가치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탄소 기준을 맞추지 못한 오피스는 임차인 유치가 어렵고, 실제 매각 과정에서 디스카운트가 반영된다.

신승애 코람코자산운용 과장은 ESG 리스크를 포트폴리오 전체의 리턴 구조로 연결하는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코람코는 TCFD 권고안에 따라 기후리스크를 ‘전환’과 ‘물리’ 리스크로 분류해 실사 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신 과장은 “도시에 따라 ESG 규제가 강화되면 개발비 상승,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되면 운영비 증가가 발생한다”며 "리스크는 곧 기회가 된다. 제로에너지 건물 신규 개발, 노후자산 리모델링, 순환경제 기반의 자원효율 개선은 자산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25일 LG와 GRESB가 공동 주최한 인사이트 2025 포럼에서 패널토론자들이 ESG 밸류체인 구축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코람코는 자산 매입과 운용, 매각 전 단계에 ESG를 내재화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부동산 자산 매입 시 탈탄소에 맞추기 위해 서울시 온실가스 총량제 기준을 직접 점검하고, 보유 기간 동안 배출량 추이를 모니터링한다. 또 자발적 감축계획 기반 감축 목표를 설정해 임차인, PM·FM사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식이다.

신 과장은 “ESG 체계를 기반으로 자산을 관리한 결과 우리가 보유한 16개 오피스 자산에서 약 150억원의 가치 제고 효과가 있었다”며 "대표적으로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인 GRESB 평가에서도 코람코 개발 자산 ‘TP타워’는 아시아 2위, 국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팀장은 글로벌 ESG 투자 흐름이 ‘녹색’에서 ‘전환’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주요국이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했고, 블룸버그 전망에 따르면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 90조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ESG로 바뀌는 과정에 여러 투자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ESG는 현 상태를 평가하는 녹색금융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지속가능해지는 과정’을 평가하는 전환금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NH아문디는 ESG추진위원회를 CEO 직할로해서 대체투자심의위·임직원 KPI에까지 ESG를 적용하고 있다. 모든 기초자산에 탄소발자국 측정, 매니저 보수 체계에도 ESG를 연계했다. 실물투자에서는 재생에너지·탈탄소 인프라·건물 ESG 모니터링·프라이빗딜 ESG 실사·개선 약정을 기본 절차로 둔다.

그는 “한국의 실물투자는 개별 딜 중심이라 ESG 분석이 후행한다. 매우 부정적 사례만 스크리닝되는 구조”라며 이를 GRESB 같은 지속가능성 데이터 기반 포트폴리오 관리로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거버넌스 측면에서 위원회의 톱다운 의사결정, 내부지침, 성과 KPI가 필요하고 임차인·PM·FM·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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