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코스피로 떠난다…'천스닥' 앞두고 맥빠지는 코스닥(종합)

주식

이데일리,

2025년 12월 08일, 오후 07:14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196170)이 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의 이전 상장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알테오젠은 관련 절차를 진행해 내년 중에는 코스피에 이전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코스닥 ‘대장주’가 이탈하면서 코스닥 시장의 상승 동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알테오젠 본사 및 연구소 조감도. (사진=알테오젠)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20위권 가능

알테오젠은 이날 오전 대전광역시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코스닥 시장 조건부 상장 폐지 및 코스피 이전 상장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알테오젠은 이전 상장 목적에 대해 “안정적 투자환경 조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알테오젠은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후 상장 절차를 거쳐 내년 중에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알테오젠은 앞서 지난 8월 코스피 이전에 대한 계획을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공유했다. 9월에는 이전 상장을 위해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준비에 착수했다.

기존 주주들은 그간 꾸준히 이전 상장을 요구해왔다. 이전 상장이란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더 큰 시장으로 이전해 상장하는 것을 뜻한다. 더 큰 시장으로의 진출을 통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이미지 개선을 할 수 있으며, 투자자를 유치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데 용이하다. 카카오(035720)와 셀트리온(068270)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알테오젠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24조 5000억원으로 코스닥 시장에선 압도적 1위다. 2위인 에코프로비엠(247540)(약 16조 9000억원)과도 1.5배 차이가 난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단숨에 코스피 20위권에 오를 수 있다. 자기자본(300억원 이상), 최근 매출액(1000억원 이상) 등 형식적인 상장 기준은 이미 충족했다. 이날 알테오젠은 한국거래소 기준 0.33% 오른 45만 8000원에 마감했다.

◇코스닥 시총 5% 감소 예상…연쇄 이탈 우려도

코스닥 시장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한 데 이어 이날도 0.33% 오른 927.79에 마감했다. 정부가 모험자본 생태계 활성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코스닥 시장에 대한 정책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면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조만간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이에 지난 4일에 역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5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불장’을 노리는 코스닥 입장에선 알테오젠의 이탈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알테오젠이 이전하면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의 약 5%가 빠지며 코스닥의 ‘몸집’ 자체가 줄어든다. 이날 기준으로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은 약 501조 269억원이다.

알테오젠 이후 연쇄 이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차기 주자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는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에코프로비엠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미 이전 상장 추진을 알렸다가 철회한 전력이 있다. 그런 기대감 때문인지 이날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한국거래소 기준 8.52% 급등한 17만 3300원에 마감했다. 알테오젠에 이어 에코프로비엠까지 빠진다면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은 약 8% 줄어든다.

◇‘2부리그’ 이미지 굳어지나…활성화 정책 주목

정부가 ‘천(지수 1000)스닥’ 달성을 위한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준비 중인 상황에 대장주의 이탈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인 투자자와 연기금의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등의 지원방안을 예상 중이다. 이를 통해 코스닥이 지수 1000을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코스닥에서 성장한 상장사들이 코스피로 옮겨간다면 코스닥의 ‘2부 리그’ 이미지가 굳어지고 결국 성장세까지 발목 잡을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잘 키워놓은 기업들이 코스닥에 머물지 않고 빠져나가면 지수의 상승 동력이 둔화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지원 정책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코스닥으로 대거 들어올 수 있는 경로를 확대해 ‘코스닥에 머물러도 적정 가격을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마련 중인 금융위원회의 관계자는 “부처 간 조율을 통해 내주 계획된 대통령 업무보고를 계기로 발표할 방침”이라고 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