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국민성장펀드, 독립성 확보해야…사령탑 내정 반대”

주식

이데일리,

2025년 12월 09일, 오후 02:41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정부가 오는 10일 출범하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와 관련해 “펀드의 독립성과 우수한 거버넌스를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포럼은 9일 이남우 회장 명의의 논평을 내고 “펀드 추진 과정에서 최근 상법개정을 통해 형성된 투자자 보호에 대한 믿음을 깨면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주 중심 경영 회사가 사령탑 맡아야”

포럼은 국민성장펀드 운용 방향을 논의할 전략위원회 사령탑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내정된 데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포럼은 “자수성가한 기업인을 찾다 보니 박 회장, 서 회장을 내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미래에셋과 셀트리온이 금융, 바이오 업종에서 거버넌스가 낙후됐다고 판단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창업자이자 기업집단 동일인인 박 회장이 거버넌스 관점에서 좋은 평가를 못 받는 이유는 책임경영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는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지만 등기이사가 아니다. 이사는 의무와 책임이 있듯이 경영자가 권한을 행사하면 책임이 수반된다”고 주장했다.

서 회장에 대해서는 “가족 문제, 경영권 승계 등 투명성 관련해 많은 지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서 회장은 셀트리온의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공매도를 지목했지만 주가는 지난 5년간 47% 폭락했다”며 “주가 하락에도 25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51배로 여전히 높고 작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이었다”고 비판했다.

포럼은 “민간 성공 DNA를 정책펀드에 이식한다는 아이디어는 참신하다”면서도 “업계에서 검증된, 투명한 인물에게 핵심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안으로는 주주 중심 경영을 실천하는 KB금융 또는 메리츠금융 인사, 한국투자공사(KIC) 퇴임 최고투자책임자(CIO), 외국 금융기관 출신 또는 외국인 경영자 등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 출자? 고양이에 생선 맡기는 꼴”

(자료=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국민성장펀드 1호 투자처로 SK하이닉스가 조성 중인 용인 클러스터가 유력하다는 전망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포럼은 “정부는 첨단산업에 한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예정으로 알려졌다”며 “현재 지주회사 체계에서는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100% 보유해야 하는데, 이번 규제 완화안의 핵심은 증손회사 지분율 제한을 50%로 줄이고 지주회사에 금융리스 보유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경우 SK 같은 대기업은 다수의 증손회사를 통해 정부 지분투자 및 저리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며 “최 회장은 느슨한 정부 규제에 따라 하이닉스가 50% 지분을 가진 조인트벤처(JV)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국민성장펀드의 지분투자와 저리대출을 받아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이것을 리스 방식으로 빌려서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럼은 “해외 유수 증권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큐리티(전 메릴린치)와 CLSA증권, 국내 하나증권과 메리츠증권 등 4개사의 하이닉스 3개년 추정치의 평균을 보면 하이닉스는 정부 자금지원이 전혀 필요 없다”며 “최 회장의 주장과 정반대”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워낙 현금흐름 창출이 뛰어나고 오는 2027년 말이면 차입금 없이 순현금만 100조원 가까이 보유할 것이므로 (용인 클러스터에 필요한) 600조원 투자 모두 자체 자금으로 소화할 수 있다”며 “매년 설비투자 후 잉여현금흐름이 2025년 21조원, 2026년 43조원, 2027년 54조원 등 창출된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설비투자를 연 50조~60조원 수준으로 증가시켜도 차입 없이 자체 현금흐름으로 충족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하이닉스가 정부 지분투자를 받아 합작 증손회사를 설립하면 기존 주주 입장에서 향후 반도체 매출비중이 희석되므로 아주 심각한 문제”라며 “기업거버넌스 후퇴라고 인식돼 시장이 매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특히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성장펀드 하이닉스 지분 출자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성장펀드는 자기거래의 이익충돌 가능성이 있다”며 “SK하이닉스는 더 이상 기존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편법 시도를 중단하고 투명)성 제고 및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 위해 미국증시에 동시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자본이 필요하면 주식예탁증서(ADR) 신주를 발행하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은 전문경영인 경영을 통해 내부통제 강화와 책임경영을 지속하고 있다”며 “박 회장은 글로벌전략가(GSO로서 책무구조도에 등록해 경영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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