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기초연구장비부터 신약개발, 미용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등을 아우르는 바이오 섹터는 코스닥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군으로 꼽힌다. 이데일리가 26일 집계한 시가총액 1조원 이상 바이오 코스닥 상장사는 전체 코스닥 시총 1조원 이상 기업 73곳의 43%에 해당한다. 이들의 시총이 성장할 수 있던 배경을 분석했다.
◇시총이 보여주는 것
26일 기준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시총 1조원을 넘기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32곳이다. 그 중 △1조원대 15곳(씨어스테크놀로지,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젬백스, HK이노엔, 네이처셀, 엘앤씨바이오, 고영, 씨젠, 지투지바이오, 오름테라퓨틱, 로킷헬스케어, 지아이이노베이션, 디앤디파마텍, 루닛, 차바이오텍), △2조원대 6곳(휴젤, 올릭스, 셀트리온제약, 오스코텍, 에스티팜, 메지온), △3조원대 2곳(케어젠, 클래시스), △4조원대 3곳(삼천당제약, 보로노이, 파마리서치), △5조원대 1곳(코오롱티슈진), △6조원대 2곳(리가켐바이오, HLB), △7조원대 1곳(펩트론), △9조원대 1곳(에이비엘바이오)이었다. 시가총액 29조원을 상회하는 알테오젠은 홀로 ‘아웃라이어’로,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 중이다.
사업목적별 구성은 신약개발사 23곳, 미용의료기기 회사 4곳, 진단 회사 3곳, 연구장비 회사 1곳, 로봇 회사 1곳이었다.
시총 상위권 기업들은 대부분 코스닥 시장에 합류한지 10년가량 지난 곳들이었다. 꾸준히 거래되면서 인지도를 쌓았고 긍정적인 인식이 쌓여가면서 시총규모를 확대했다.
이런 가운데 오름테라퓨틱은 2025년 2월 약 4185억원의 시총으로 상장 후 약 10개월 만에 시총 1조원 문턱을 넘은 점이 고무적이다. 이는 회사가 비상장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기술수출을 이뤄내 적지 않은 현금을 벌어들인 이력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름테라퓨틱이 연구하는 분야는 단백질분해제를 항체와 접합시키는 내용으로 전세계적으로 '차세대'인 점에서 '고위험 고수익' 전략이다.
바이오 전문투자사 대표는 “언급된 시총 5조원대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현재 시장에서 유명한 제품과 관련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회사들”이라며 “본연의 경쟁력과는 관계없이 높은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나름의 실적과 성과를 보인 곳들도 있고, 일부 회사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밴드’를 이루고 있기 때문도 있다.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인기투표 같은 면이 있고, 이는 평판 관리를 잘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 거래를 하고 상업적인 가치판단을 내리기에 상장된 주식의 가격이 중요한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다만 주가는 대중이 바라보는 믿음의 영역과 관계가 있다. 그 믿음이 공정한가는 연구대상”이라고 말했다.
◇주주구성 확인 필수
실제로 소액주주가 과반이 넘는 회사지분을 보유한 회사들은 ‘팬층’의 힘으로 시가총액이 상승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세력이 형성되기 쉽고, 따라서 주가변동성이 클 가능성이 대두된다.
시총 상위 코스닥 상장 바이오사 가운데 소액주주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HLB다. HLB는 소액주주 21만1710명이 발행주식의 90%를 보유하고 있다.
그 다음은 펩트론으로, 소액주주 5만여명이 주식 88%를 가지고 있다. 네이처셀은 소액주주 4만7000여명이 주식 79%가량을 가지고 있고 메지온은 3만여명의 소액주주가 72.4%를 가졌다. 대장주인 알테오젠 또한 마지막 확인된 반기보고서상 13만7000여명의 소액주주가 약 7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스코텍은 66%, 젬백스는 64% 지분이 소액주주 몫이다.
혁신 신약개발 기술이전 성과로 주목받는 리가켐바이오와 오름테라퓨틱 주식도 각각 소액주주가 63%씩 들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삼천당제약은 각각 59%, 엘앤씨바이오는 55%를 소액주주가 보유했다.
충성도가 높은 주주들은 시총이 급격히 빠지지 않도록 안전망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개인주주들이 경영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점도 투자에 유념할 대목이다.
리스크 상황에서도 시총을 방어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대표이사의 경영철학 등에 개인투자자들이 공감하고 이입해 '팬덤'을 형성한 경우로 보인다.
시장관계자는 "신약개발사의 경우 긍정적인 이슈만을 강조하는 곳 보다는 맞닥뜨린 난관에 대해 솔직히 설명하고 타개책을 주주와 소통하는 곳들이 신뢰를 얻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