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TDF 규정 손본다…'분산투자' 요건 강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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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2월 17일, 오후 04:23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금융당국이 TDF(Target Date Fund·타깃데이트펀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규정을 손보기로 했다. TDF는 초기엔 위험자산에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다 은퇴시점이 다가올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높여주는 노후 자금용 장기펀드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상품들이 단기 수익률에 치중해 분산투자 원칙을 어기는 사례가 나오면서 당국이 제도 보완에 나선 것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원장은 17일 금융투자협회장 및 20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무한 경쟁, 투자자 욕구의 초(超)개인화 등 최근의 금융여건 변화는 우리에게 기존 방식의 고수가 아닌 새로운 운용철학의 정립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단기 성과에 매몰된 나머지 상품 쏠림·베끼기 등 과열 경쟁 양상이 나타나거나 장기상품인 TDF에서 분산투자 원칙이 준수되지 않는 일부 사례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은 창의적 혁신상품 출시는 적극 지원하되 △단기 유행에 편승한 상품 집중 출시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감독을 이어나가겠다”며 “TDF가 모범적인 장기투자 수단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시장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적격 TDF 인정요건 정비 등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퇴직연금감독규정 시행세칙 제5조의2에 따르면 적격 TDF는 주식투자한도를 자산총액의 80% 이내로 하며 은퇴예상시기 등 목표시점 이후에는 40% 이내로 제한하는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생애주기에 맞춰 포트폴리오가 자동 조정되는 상품으로서 주식 비중이 높았다가 갈수록 줄어드는 구조다.

그러나 일부 TDF 상품의 경우 미국 S&P500 등 특정 지역·섹터에 투자비중이 쏠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령 연금 계좌의 위험자산 한도인 70%를 주식형 상품으로 채우고, 나머지 30%를 주식 비중이 80%인 TDF로 채운다면 산술적으로 연금 계좌 내 위험자산 비중이 94%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적격 TDF 상품군에서 TDF ETF(상장지수펀드)를 제외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TDF가 지향하는 분산투자 및 안정적 운용에 어울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금감원은 다양한 자산으로 분산투자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퇴직연금감독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산투자 요건이 이번 개선안의 핵심”이라며 “조만간 입법 예고가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수익률 향상까지 고려한 개선안이 나올 것이라 본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투자자보호 및 감독·검사 메시지 전달, 향후 자산운용시장 전망에 관한 논의, 업계 건의사항 청취 등 쌍방향 소통의 일환으로 실시한 이날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은 저성장과 투자 위축의 흐름을 되돌리기 위한 시대적 과제”라며 “자산운용업계의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사업 지원 등으로 모험자본 생태계 참여자 간 건설적인 협력·분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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