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금융감독원)
지난 11일 열린 원추위에서 한 교수는 5표, 곽 교수는 2표를 얻었다. 원추위 표결에는 금감원을 비롯해 한국거래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국은행연합회, 한국금융투자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 한국회계학회 총 7개 기관의 대표자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회계기준원 회원총회에서는 결과가 뒤집혔다. 곽 교수가 9표를 얻으며 1순위 후보였던 한 교수(4표)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표를 받으며 신임 회계기준원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투표에는 원추위에 포함된 7개 기관을 비롯해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코스닥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총 13개 기관이 참가했다.
1999년 회계기준원 설립 이후 예비 후보 순위가 뒤바뀌어 원장으로 선임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관례에 따라 1순위로 꼽힌 한 교수가 원장으로 선임될 것이 유력했기에 업계에는 파장이 일었다.
이데일리 취재 결과, 총회에 참석한 한 일부 회원기관들이 투표 직전 금감원의 전화를 받았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관계자가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고 ‘곽 교수와 한 교수 중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를 묻는 전화를 걸어왔다”며 “이에 ‘관례대로 하겠다’고만 답을 하고 끊었다”고 했다. 금감원의 감독을 받는 금융 관련 회원사를 중심으로 표결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금감원이 회계기준원 원장 선임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일각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문제를 놓고 금감원과 다른 입장을 주장해 온 한 교수의 선임에 대해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하자 금감원이 물밑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에 한 교수는 지난 22일 선임 과정의 공정성 훼손을 주장하는 입장문을 내고 “원추위 본인을 1순위로 추천했으나 불과 8일 뒤 총회에서 결과가 뒤집혔다”며 “그 기간에 피추천인의 부도덕한 행위 등 원장추천위원회 결과를 바꿀 아무런 결정적 흠결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과 어떠한 이해관계나 혜택도 주고받은 적이 없으며, 오히려 삼성의 핵심 경쟁사인 LG의 사외이사로 6년간 재직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의견서에 대해서는 독립적 전문가로서 제출한 것이며 법원에서도 무죄 판결을 통해 정당성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이날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향후 계획과 관련해 “감사원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다양한 방법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금감원은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회원총회에서 회원들이 내부 절차에 따라 전문성과 독립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원장을 선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