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개편, 상법 개정ㆍ기업 밸류업과 ‘시너지’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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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2월 28일, 오후 08:1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도적 인프라가 한층 강화됐다.

이번 개편안은 상법 개정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최근 추진되고 있는 일련의 자본시장 혁신 정책과 맞물리면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활동’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는 정책 패키지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상법 개정·밸류업과 ‘3각 편대’…주주가치 제고 압박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와 한국ESG기준원은 금융위원회·보건복지부·인사혁신처·교육부·우정사업본부·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기관과 함께 28일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이행을 ‘점검·공시’하는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만 하면 실제로 이행하지 않아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었다. 249개 기관이 참여중이지만 실제 주주활동 이행 내역을 공시한 곳은 지난 11월 현재 23곳(9.2%)에 불과했다.

이번 개편으로 2026년부터 자산운용사와 연기금을 대상으로 12개 항목에 대한 이행점검이 시작되고, 그 결과가 종합보고서 형태로 공개된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 관여활동’이 별도 점검 항목으로 신설돼 기관투자자들이 투자기업의 주주환원 확대 등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여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여기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뿐 아니라 ‘주주’를 명시하고,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까지 더해지면 기업 경영진은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다층적 압박을 받게 됐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기업이 계획을 내놓고, 상법 개정으로 이사 책임이 강화되고, 스튜어드십 코드로 기관투자자가 이를 점검하는 3각 구도가 만들어지는 셈”이라며 “제도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의 기업지배구조 체계를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ESG 확대·투자자산 다양화…글로벌 스탠더드 부합

이번 개편안의 또 다른 특징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점이다. 2016년 제정 당시에는 ‘지배구조’ 중심이었던 수탁자 책임의 범위를 환경(E)·사회(S)까지 포함한 ESG 전반으로 확대하고, 적용 대상도 국내 상장주식에서 채권·인프라·부동산·비상장주식·해외자산까지 늘린다.

이는 영국·대만·일본 등 주요국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 강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는 이행수준을 충족·불충족 2단계로 나눠 FRC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대만도 증권거래소(TWSE) 내 기업지배구조센터에서 이행수준을 점검하고 매년 우수기관을 공개한다.

자산 다양화도 눈에 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들의 대체투자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등 상장주식 외 자산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현행 스튜어드십 코드는 상장주식만을 대상으로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모펀드(PEF)나 부동산·인프라 투자에서도 수탁자 책임 이행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번 개편안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민간 자율규범’이다. 이행점검을 하고 결과를 공시하지만, 미이행 기관에 대한 제재 수단은 사실상 없다. 점검 결과가 저조한 기관에 대해 ‘1대1 피드백’을 제공하고, 연기금이 위탁운용사 선정 시 참고하도록 한다는 것이 전부다.

무엇보다 이번 개편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는 국민연금의 역할이다.

국민연금은 운용자산 1300조원이 넘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로, 국내 상장사 대부분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나서면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의 주주총회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은 2017년 12.9%에서 2022년 23.4%로 늘었다. 하지만 2023년 21.8%, 2024년 20.8%로 2년 연속 감소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개편안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민간 중심 위원회가 있는 경우 자체 점검이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을 확보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등 별도 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이행점검을 하고 그 결과를 ESG기준원에 공유하는 방식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느냐가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벤치마크가 될 것”이라며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들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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