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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최윤범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갈등이 환율 변수라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미국 합작법인(Crucible JV)을 대상으로 한 2조8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대금 납입 시점의 환율 하락으로 인해 신주 발행가에 적용된 할인율이 법정 한도인 10%를 넘기면서다.
MBK·영풍 측은 이사회 결의 이후 실제 대금 납입에 과도한 할인율이 적용됐다며 ‘헐값 유상증자’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결의일 이후의 환율 변동은 거래의 적법성에 미치는 영향이 없으며, 이같은 주장은 악의적인 사실 왜곡이라고 맞섰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010130)은 지난 26일 미국 정부가 출자하는 합작법인을 대상으로 2조8508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마쳤다. 신주 1주당 가격은 129만133원으로 기준주가(142만9787원) 대비 9.77%(9.76745%) 할인된 수준으로 책정됐다. 이는 지난 15일 이사회 결의 당시 결정된 금액이다.
문제는 이사회 결의 이후 환율이 지속 하락하면서 발생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신주 발행가액을 원화가 아닌 달러화(877.94달러)로 결정해 환율 변동에 노출됐는데, 이 시기 원·달러 환율이 당국의 개입으로 크게 하락하며 생긴 문제다. 이사회 결의 당시(15일) 적용된 환율은 달러당 1469.50원이었으나, 실제 대금 납입일(26일) 환율은 1460.60원으로 하락했다.
고려아연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유상증자 발행총액은 ‘납입일자(26일) 하나은행 최초 고시 매매기준율에 따른 미화 19억3999만8782.23달러 상당 원화금액’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유증대금은 15일 이사회 결의 당시로는 2조8508억원이지만, 26일 매매기준율 기준으로는 2조8336억원이 된다.
이에 따라 원화로 환산한 신주 1주당 가격은 약 128만232원으로, 기준주가 대비 10.31% 할인된 수준이다. 환율 변동에 따라 자본시장법상 제3자배정 유상증자 할인율 상한선인 10%를 넘기게 된 것이다. 한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이사회 결의 내용과 다른 조건으로 증자가 이뤄진 것은 무효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사회 결의 이후의 환율 변동은 회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일 뿐, 이미 확정된 발행가액의 적법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납입된 달러를 국내에서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미국 현지 투자금으로 송금할 예정이기에 환율 변동과도 무관하며, 법원이 이미 가처분을 기각하며 적법성을 승인받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악의적인 사실 왜곡과 시장 교란 행위는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 등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과 협력을 훼손하고 무산시키려는 의도와 함께 명백한 배후가 있음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