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시대에도 와닿지 않는 체감[기자수첩]

주식

이데일리,

2025년 12월 30일, 오후 07:21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올해 코스피는 76%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25%, 274% 급등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박수가 잘 들리지 않는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인데, 체감은 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코스피는 2400선 부근이었다. 개인들은 ‘국장 탈출’을 외쳤고, 시장은 글로벌 ‘꼴찌’라는 오명을 썼다. 그랬던 시장이 이제는 4000대를 일상처럼 이야기한다.

이번 상승장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정권 교체 이후 쏟아진 친주주정책이다. 상법 개정, 배당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확대 같은 조치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흔들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호황이 불을 붙였다. 정책과 산업 사이클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다.

그래선지 이재명 대통령 후보 시절에 외쳤던 ‘코스피 5000시대’에 대한 냉소는 빠르게 사라졌다. 이제는 내년 코스피 밴드를 5000선, 높게는 5500대까지도 거론한다.

하지만 지수는 모두를 대변하지 않는다. 코스피가 76% 올랐다고 해서 투자자 대부분이 그만큼 벌었을 리 없다.

안정적 운용을 지향하는 퇴직연금 계좌를 들여다보면 더 분명하다. A사 가입자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2% 수준에 그쳤지만, 상위 5% 계좌 성과는 45%를 웃돈다.

이 괴리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 이번 상승장은 일부 초대형주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지수는 올랐지만 종목과 업종 간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지수를 더 밀어 올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반도체 몇 종목이 아닌, 다양한 산업에서 주도주가 나와야 한다. 중소형주와 내수 산업도 함께 숨을 쉬어야 한다. 그래야 ‘지표’로 나타난 상승장이 ‘체감형’ 상승장이 된다.

근본적인 질문도 남는다. 지금의 증시는 과연 경제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코스피 5000에 걸맞은 산업 경쟁력과 경제 체력이 없다면, 5000은 또 다른 기대와 실망의 경계선이 될 뿐이다. 모두의 불장이 되지 못한 코스피 5000은 결국 반쪽짜리 성공이다.

(사진=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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