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정가운데)이 임원들과 함께 30일 한국거래소 부산 본사에서 ‘2025년 증권·파생상품시장 폐장식’을 개최하고, 종가 지수를 바탕으로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30일 거래를 끝으로 폐장한 코스피는 지난해 말 2399.49에서 4214.17로 75.6%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1987년(92.6%), 1999년(82.8%)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코스피는 6월 20일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회복한 데 이어, 10월 27일에는 장중 4000선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코스닥 지수도 같은 기간 678.19에서 932.59로 37.5% 상승하며 동반 강세를 보였다.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도 성과는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13.9%,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은 17.4%, 나스닥은 21.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영국 FTSE는 20.7%,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8.3%, 일본 닛케이225는 26.4% 상승에 머물렀다.
주요국 증시가 대부분 두 자릿수 상승에 그친 것과 달리, 코스피는 이들 대비 3배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증시 가운데 가장 강한 흐름을 보였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연초 1963조원에서 3478조 규모로 1514조원 가량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강세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한 해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24.53%, 280.26%씩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마지막 거래일인 이날도 나란히 장중 사상 최고가를 기록, 각각 11만9900원과 65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올해 삼성전자를 9조 560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과 개인은 SK하이닉스를 각각 5조4250억, 2조1460억원씩 순매수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와 IT산업 전반 슈퍼사이클, 미국의 탈중국 기조의 반사수혜 업종과 마스가(MASGA) 등 한미 산업협력 기대감이 주도주 모멘텀으로 작용하며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며 “새정부 출범 이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생산적 머니무브 정책이 실질적인 산업성장과 증시 자금 이동,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6월 정권 교체 이후 상법 개정·배당 분리과세·자사주 소각 등 친(親)주주 정책이 발표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주식시장이 제자리를 찾는 흐름을 보였다”며 “여기에 반도체·방산 업종의 호황이 겹치며 의미 있는 지수 상승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국내 증시가 강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대신증권은 내년 코스피 연간 밴드를 4000~5300포인트로 제시했다. 메리츠증권은 코스피 밴드 상단을 5090포인트로, KB증권과 LS증권도 각각 밴드 상단을 5000포인트로 잡았다. 신한투자증권은 5000포인트를 상단으로 제시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실적 서프라이즈가 동반될 경우 낙관적 시나리오에서 최대 5850포인트까지 상방을 열어뒀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026년 증시 환경이 긍정적일 것으로 보며 주당순이익(EPS)과 주가수익비율(PER)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반도체 주도로 EPS가 상승하고 정부 자본시장 정책이 PER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에도 반도체가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지는 한편 바이오, 전력기기, 방산 등 업종으로도 순환매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는 내년 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가장 높은 섹터로 주도주 역할을 지속할 전망”이라며 “이 외에도 미국과 협력 관계 유지 지속 시 수주와 매출 증가 모멘텀이 강한 조선 및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개선 기대가 높은 제약·바이오 섹터가 부각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대형 테크주들이 지수 상단을 높이는 트리거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로보틱스와 소프트웨어 섹터 또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높여줄 핵심 알파 업종”이라고 짚었다.
내년 4월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 국내주식 복귀자금 비과세 제도(RIA),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도 추가 수급을 이끌 수 있는 모멘텀으로 거론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내년 4월 이후 WGBI 편입으로 환헤지 없이 들어오는 자금 규모가 월평균 60억~7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라며 “외환수급 개선을 위해 국내주식 복귀 자금에 대한 비과세 조치를 신설한 것은 원화 약세 진정 및 국내 증시 수급 개선 요인이기에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책 효과가 실제로 어느 영역에 반영될지에 대해선 업종·시총별 차별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광혁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책 효과가 존재하더라도 코스닥 테마성 종목보다는 코스닥150, 특히 시총 상위 20위 안의 종목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