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물리셨나요?" 테마주 불기둥, 결국 '침몰 엔딩'

주식

이데일리,

2025년 12월 30일, 오후 08:05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올해 증시에서도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 만성 적자에 부실한 재무 상태에도 불구하고 투기성 자본이 쏠리며 1000%의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여지없이 급락 엔딩을 맞이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올해는 정치테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테마주가 증시를 흔들었다.

지난 6월 대통령선거라는 대형 이벤트가 열리면서 이 시기를 전후로 정치 테마주가 불기둥을 뿜어냈다. 대표적으로 상지건설(042940)은 올해 최장 연속 상한가 기록을 달성했다.

투자위험종목에 지정돼 거래가 정지된 날을 제외하고 지난 4월 2~17일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과거 상지건설 사외이사였던 인물이 이재명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한 이력 때문에 상지건설은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됐다. 회사 측은 정치와 무관하다고 공시했다.

가장 최근에는 차기 여권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 관련 테마주가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성동구청장 관할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거나 기업 대표가 정 구청장과 학연·지연이 있다는 추정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성동구 성수동에서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 에스제이그룹(306040)은 이달 15~17일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찍었다. 회사 대표가 정 구청장과 동문이라는 하이딥(365590), 본사가 성수동인 티웨이홀딩스(004870) 등도 같은 시기 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올해 8월 열린 한미정상회담 당시 의외의 수혜주로 등극한 모나미(005360)도 빼놓을 수 없다. 한미정상회담을 기념한 서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품에서 만년필을 꺼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심을 보였고, 이 대통령은 펜을 선물로 건넸다. ‘청와대’ 마크가 표시된 케이스로 보아 국산일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제조사인 모나미에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정작 펜은 모나미 제품이 아닌 서울 문래동에 위치한 수제공방에서 특수 제작한 펜이었다. 그럼에도 모나미 주가는 반짝 강세를 보이며 상한가에 닿기도 했다.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테마주 대열에는 천일고속·동양고속도 이름을 올렸다. 재개발 소식이 알려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매수세가 몰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종목들이다. 서울시는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 복합개발과 관련해 신세계센트럴,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본격적인 사전 협상에 착수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는 면적 14만 6260.4㎡에 달하는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재개발이 추진될 경우 지분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천일고속과 동양고속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율은 각각 16.67%, 0.17%로,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된 두 종목 모두 거래중지와 재개를 반복하며 9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재개발 소식이 알려지기 전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오른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펀더멘탈(재무 건전성·수익성·성장성 등 내재가치)이 부실한 테마주는 여지없이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상지건설의 경우 올해 최고점(4만 6750원, 이하 종가 기준) 기준에서 70% 이상 급락한 1만 2000원대에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상지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에 이어 올해 3분기 누적으로도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천일고속·동양고속도 마찬가지다. 천일고속은 최고점(45만 7500원)에서 20% 넘게 하락한 35만원대를, 동양고속은 최고점(13만 3600원) 대비 반토막에 가까운 7만 3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천일고속·동양고속 모두 2022~2024년 내리 영업 적자를 내고 있으며 올해 3분기 보고서 기준 부채비율도 각각 377%, 520%에 육박한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올해 테마주 장세는 대선이라는 특수성이 작용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개인투자자들의 고위험 선호 현상이 반영된 것”이라며 “단기 수익률에 현혹되지 말고 장기 관점에서 우량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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