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알주식 팔고 우르르…‘ETF 300조 시대’ 열린다

주식

이데일리,

2025년 12월 30일, 오후 08:26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올해 국내 증시 활황에 힘입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도 매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개인 투자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300조원 시대 개막을 눈앞에 뒀다. 내년에도 국내 증시 강세와 인공지능(AI) 성장세를 바탕으로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서 위상을 높여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ETF 순자산총액은 전일 기준 297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173조원에서 1년 새 71.2% 증가한 규모다. 특히 올해는 지난 6월 2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하반기 들어 매달 20조원씩 몸집을 불리며 30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코스피 거래대금 가운데 ETF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커지고 있다. 올 초부터 전일까지 ETF거래대금은 1259조원으로 전체 코스피 거래대금(2914조원)의 43.2%를 차지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2주 중 1주는 ETF로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올해 개인은 ETF를 35조원가량 순매수한 반면 개별 주식은 21조원가량 순매도했다. 개별 종목 비중을 축소하면서 ETF를 대체 투자자산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ETF가 개별 주식보다 변동성이 낮고 분산투자에 용이하다는 점, 일반 주식처럼 쉽게 사고 팔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상품 출시 경쟁도 시장 성장을 부추겼다. 지난해 말 935개이던 ETF 상품 수는 현재 1058개로 1년 새 123개 증가했다. AI, 양자컴퓨팅, 전력인프라, 소형모듈원전(SMR), 우주항공 등 신성장 테마에 투자하는 상품과 혼합형, 파생형 등 운용 방식을 차별화한 상품이 대거 출시됐다.

액티브 ETF의 급성장 역시 올해 시장에서 두드러진 대목이다. KG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된 ETF 172개 중 액티브 ETF는 69개로 40.1%의 비중을 차지했다. 액티브 ETF는 기초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 ETF와 달리 펀드 매니저가 능동적으로 투자 종목을 고르고 투자 비중을 조정한다. ETF 투자가 보편화하면서 지수 성과를 웃도는 초과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시야를 넓힌 결과다.

‘국장’ 관련 상품이 수익률 순위권을 휩쓴 점도 지난해와 달라진 대목이다. 작년에는 10위권에 국내 주식형 상품이 단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올해는 수익률 상위 10개 중 8개가 국내 주식형 상품으로 집계됐다. 국내 주식시장 호황과 정부 정책 수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정책 수혜주인 ‘고배당’을 테마로 한 상품이 줄줄이 상장했고,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영향력을 상품 구조에 반영한 ‘RISE 동학개미’와 같은 상품도 등장했다.

내년에도 ETF 시장은 국내 증시 호황과 AI 등 유망 산업을 바탕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로 국내 증시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뤄지며 자금 유입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빅테크 기업의 AI 주도권 경쟁이 지속되고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관련 투자 전략도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김수정 미래에셋자산운용 콘텐츠본부장은 “2026년은 AI 트렌드의 지속, 미국의 중간선거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더해질 것”이라며 “AI와 성장, 안전자산의 밸런스를 맞추는 투자 전략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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