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율 기준일 두고 설왕설래…고려아연, 유증 정정공시한 까닭[마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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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2월 31일, 오후 04:09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 합작법인(Crucible JV)을 대상으로 한 2조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납입 3일 만에 공시 내용을 정정했다. 대금 납입 당일 환율을 기준으로 한 원화 금액 대신 이사회 결의 당시 기준인 과거 환율을 적용한 수치를 우선 공시했다가 뒤늦게 수정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환율 하락으로 인한 ‘할인율 10% 초과’와 관련해 논란이 되자 정정공시로 퇴로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3거래일 동안 잘못된 공시 정보가 투자자들에게 노출된 데다, 중요 사항이 누락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만큼 이번 유증의 법적 정당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이와 관련해 "법원에서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오후 6시 36분에 유상증자 결과에 대한 정정공시를 냈다. 핵심은 ‘실제발행금액’의 변화다.

지난 26일 최초 공시 당시 고려아연은 실제 발행금액을 이사회(15일) 직전 영업일인 12일 기준 환율(1469.50원)을 적용한 수치로 기재했다. 그러나 30일 정정공시에서는 납입일 환율이 반영된 원화 환산 금액으로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원화 기준 발행 금액은 당초 공시보다 약 172억원 줄어들었다.

문제는 26일이 대금 납입이 이미 완료된 시점이었다는 점이다. 납입 당일 이미 확정된 원화 환산 금액을 알 수 있었음에도 2주 전 환율을 적용해 공시한 점은 이례적이다.

공시가 지연 정정되는 3거래일 동안 투자자들이 왜곡된 정보에 노출됐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26일 장중인 오후 2시 12분 자율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발행결과를 공시했고, 이후 30일 장이 마감된 이후에야 정정공시가 나왔다.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 vs “악의적 사실 왜곡”



이번 정정공시로 인해 실제 원화 발행가가 낮아지면서, MBK·영풍 연합은 ‘할인율 상한 위반’ 문제를 정조준하고 있다. 실제 납입된 금액을 원화로 환산할 경우, 기준주가 대비 할인율이 자본시장법상 한도인 10%를 초과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상법상 신주 발행 시 신주의 수와 발행가액은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환율 변동이 있더라도 이사회 결의 사항은 납입일(26일) 시점에서도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MBK·영풍 측은 “새로운 이사회 결의도 없이 임의로 변경해 낮게 조정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이번 증자가 달러화를 기준으로 확정된 사안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사회 당시 결정된 달러화 발행가액은 적법한 할인율 범위 내 있었으며, 이후 발생한 원화 환산 금액의 변동은 환율 하락에 따른 사후적 결과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정정공시와 관련해선 이사회 결의 이후 외생변수로 변동된 환율 내역을 반영해 원화표시를 정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사회 결의 당시의 발행조건에 따라 발행이 완료된 것은 변함이 없으며, 투자자와 소통 강화 차원에서 시장친화적인 설명을 위한 정정공시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이번 공시 논란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회장 측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증자 자체의 효력을 다투는 본안 소송에서 이번 공시 과정이 경영진의 주의 의무 위반 등의 의혹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기재 오류인지, 의도적인 법리 회피를 위한 공시 지연인지가 향후 법정 공방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3거래일간의 공시 공백이 주주들 의사결정에 미친 영향이 확인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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