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벼랑 끝 MBK…홈플러스 회생·고려아연 분쟁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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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1월 08일, 오전 11:14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검찰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의 핵심 임원 4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홈플러스 회생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시계제로’에 빠졌다. 영장 청구 명단에 오른 이들은 각각 홈플러스와 고려아연 사안에 깊숙이 관여 중인 인물이다.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홈플러스 회생 난항과 고려아연 분쟁의 명분 퇴색은 물론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경영 동력 자체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핵심 4인 정조준…MBK “과도한 조치” 반발



8일 법조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직무대리 부장검사 김봉진)는 전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을 비롯해 김정환 부사장, 이성진 전무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MBK 측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과 기업회생 신청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숨긴 채 단기채권(CP)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 영장 청구 명단에 오른 인물은 MBK파트너스의 핵심 전력들이다. 김병주 회장은 그룹의 상징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이며, 김광일 부회장은 홈플러스 대표이사와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하며 두 사안을 진두지휘해왔다. 여기에 고려아연 이사회 진입을 노리던 김정환 부사장과 홈플러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재무 실무를 총괄해 온 이성진 전무까지 포함됐다.

MBK파트너스 측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회생을 통해 기업을 살리려던 대주주의 의도를 오해한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김병주 회장은 홈플러스를 비롯한 투자사들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직접 귀국해 조사에 응하는 등 수사에 성실히 협조했음에도 영장을 청구한 것은 “과도하고 부당한 조치”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어 “회생신청을 전제로 하거나 이를 숨겼다는 검찰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고려아연, 주도권 뺏겼다



이번 조치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곳은 현재 서울회생법원에서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다. 검찰은 MBK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과 회생 신청 가능성을 미리 알고도 CP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도덕적 해이와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는 향후 회생 절차에서 치명적이다.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면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과정에서 부정적 기류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리매각이나 DIP 금융 조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채권단과의 협의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뺏기기 쉽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도 마찬가지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그동안 MBK를 약탈적 사모펀드로 규정해왔는데, 이번 영장 청구로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자본에 국가 기간산업을 맡길 수 없다”는 최 회장 측 논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과 대기업 등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주주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강조해온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경영진 측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영장 청구만으로 위축…동력 훼손 불가피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방어권 보장과 비례성 원칙을 고려해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미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가 충분히 확보됐고, 도주 우려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미국 시민권자인 김병주 회장은 현재 출국정지 상태로, 한국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도 출석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소명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구속영장 청구만으로 MBK파트너스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법원이 영장을 인용할 경우 MBK의 신뢰도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으며 약탈적 자본 프레임이 고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각되더라도 향후 긴 법정 공방 속에서 경영 동력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은 피의자들의 해외 거점이 분명하고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어 도주 우려가 있다는 점을 주요 영장 청구 사유로 적시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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