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손잡은 행동주의 펀드…1% 지분으로도 경영 참여한다

주식

이데일리,

2026년 1월 12일, 오전 10:56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JB금융지주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2024년 이사회에서 3대주주인 OK저축은행과 손을 잡고 사외이사를 추천, 총 9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을 선임시켰다. 이사추천제와 집중투표제를 활용해서다. 얼라인은 최근 에이플러스에셋과 함께 가비아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 자본시장에 ‘저지분 고영향력’ 시대가 열리고 있다. 상법 개정과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로 행동주의 펀드가 높은 지분 없이도 기관투자자·외국계 펀드와의 연대만으로 기업 경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국 자본시장이 ‘대주주 중심’에서 ‘주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역사적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차례 상법 개정+스튜어드십 코드 강화…“1% 지분으로도 가능”

실제 국내 행동주의 펀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주요 행동주의 펀드 4곳(안다·트러스톤·얼라인파트너스·라이프자산운용)의 운용자산(AUM)은 2021년 말 10조4624억원에서 지난해 말 24조9832억원으로 5년새 2.5배 가량 급증했는데, 상법 개정이 본격화한 지난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2022년 말 10조457억원에서 2023년 말 12조7104억원, 2024년 15조2468억원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 한해에만 10조 가량 증가하며 25조원에 육박한 상태다.

특히 주주행동주의 전략만 구사하는 얼라인파트너스의 경우 지난해 8월 자산 1조원을 돌파하며 탄탄한 자금력을 갖췄다.

변화의 핵심은 최근 2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과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 마련이다. 지난해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했다. 이는 이사가 대주주만이 아닌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한 것이다. 전자주주총회 병행·의무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강화(최소 2명), 0.5% 이상 지분 보유 주주의 감사위원 후보 추천권 부여 등도 포함됐다.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은 기관투자자가 실제로 투자기업 가치 제고에 기여했는지를 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핵심은 원칙 7(수탁자 책임 이행 전문성 확보)의 하위 항목에 ‘위탁운용사 관리’가 신설된 것이다.

연기금 등 자산소유자가 위탁운용사를 선정·사후관리하는 절차와 내역을 이행점검 항목으로 관리한다. 수탁자 책임 범위도 지배구조 중심에서 환경(E)·사회(S) 등 지속가능성 전반으로 확대되며, 적용 자산도 상장주식에서 채권, 인프라, 비상장주식 등으로 확대된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약 249개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고 있지만, 연기금 위탁운용사 선정 시 가점을 받기 위한 형식적 가입이라는 비판이 있었다”며 “이번 내실화 방안으로 이행 여부에 대한 점검이 실질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경영권 개입 위해 높은 지분율 확보 필요 없어”

상법 개정이 행동주의에 무기를 다양화했다면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는 우군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줬다는 평가다. 그동안은 행동주의 펀드는 지분에 대한 수적 열세로 인해 힘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분율 격차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된 만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행동주의가 목적을 같이 하는 기관투자자들과 합세하면 최대주주의 지분도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관투자자들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주주제안이 이루어졌지만 대부분 정기주총에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거나 부결됐는데, 이는 기관투자자들과의 연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행동주의펀드들이 높은 수준의 지분을 매수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주주제안 통과율은 50% 수준에 이른다”며 “지분분산 수준이 높고 행동주의펀드들이 기관투자자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전략적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ESG기준원(KCGS) 집계에 따르면 2023년 주주제안 기업과 총안건은 각각 50사, 195개로 직전 2년 평균 대비 각각 41%, 26% 증가했다. 주주제안 가결률도 2021년 5.5%에 불과하던 가결률이 2023년 20.2%로 4배 이상 뛰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반대의결권 행사 비율 역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전 1.19%에서 2024년 4.59%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려면 높은 지분율이 필수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가비아 사례처럼 외국계 펀드와 연대하거나, 기관투자자와 손잡으면 1~2% 지분으로도 충분히 경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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