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와 해리포터의 만남은 희극이 될까

주식

이데일리,

2026년 1월 24일, 오후 03:32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 포스터 및 WBD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포스터. (사진=각사 홈페이지 갈무리)
[이데일리 이혜라 기자]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지난해 4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기대를 반영하지 못 했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 이하 워너) 일부 사업부 인수 추진에 따른 부담이 투자 심리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20억 5100만달러(약 17조 5137억), 주당순이익(EPS) 0.56달러를 기록했다. 매출과 EPS 모두 월가 평균 예상치(매출 119억7000만달러, EPS 0.55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글로벌 유료 가입자 수도 3억 2500만명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실적 흐름은 견조했지만 주가는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넷플릭스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이날까지 95달러대에서 86달러대로 약 10% 하락했다.

◇ 호실적에도 웃지 못한 넷플릭스…이유는

실적보다는 워너와의 대형 인수합병(M&A) 이슈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 영향이다.

넷플릭스는 워너의 영화·TV 스튜디오 부문과 스트리밍 서비스(HBO 맥스) 부문 등 일부 사업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워너는 해리포터, DC 유니버스(배트맨·슈퍼맨 등), 반지의 제왕 시리즈 등 글로벌 흥행력이 검증된 지식재산권(IP)을 다수 보유한 미디어 기업이다.

넷플릭스는 이번 실적 발표를 앞두고 워너 인수 방식을 기존 ‘주당 27.75달러 현금과 주식 혼합’에서 ‘주당 27.75달러 전액 현금 지급’으로 변경했다. 넷플릭스는 늘어난 인수 자금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대출 규모를 기존 340억달러(약 49조 4122억 원)에서 422억달러(약 61조 3292억)로 증액했으며,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도 일시 중단했다.

인수 추진에 따른 대규모 재무 부담이 투자자들의 거부 심리를 불러 일으켰다.

◇ ‘넷플릭스×WBD 유니버스’의 모습은

스트리밍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넷플릭스는 기존 역량만으로는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고민을 마주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구상하는 ‘워너와의 유니버스’ 구축은 또 다른 차원의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막다른 선택으로 해석된다. 막대한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인수에 나선 배경이다.

넷플릭스 CI 및 HBO 맥스 관련 이미지. (사진=각사 홈페이지 갈무리)
합병이 성사될 경우 기대효과는 분명하다.

워너 콘텐츠가 넷플릭스 플랫폼으로 결합되면 콘텐츠의 폭과 깊이가 크게 확대된다. 이는 신규 구독자 확보는 물론 이용자 체류 시간 증가와 구독 유지율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넷플릭스가 워너가 보유한 IP와 전통 스튜디오 역량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흥행력이 검증된 프랜차이즈는 단기 조회수 증가에 그치지 않고, 장기 시리즈 확장과 파생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자산이어서다.

제작 구조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워너가 축적해온 대형 프랜차이즈 운영 경험과 극장용 제작·배급 시스템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단발성 히트작 중심에서 벗어나, IP를 축으로 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콘텐츠 파이프라인 구축이 가능해진다는 평가다.

◇ 승부수일까 무리수일까

시장은 넷플릭스의 최근 행보를 성장 정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중장기 승부수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현 시점 투자 관점에서는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최무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광고 요금제 도입, 계정 공유 유료화, 라이브 이벤트 확장 등 기존 성장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해 온 만큼, 인수 승인 시 장기적으로는 사업 다각화와 성장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현재는 인수 관련 불확실성 해소를 기다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가 흐름은 대규모 투자가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를 시장에 증명하는 과정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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