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도축 부산물과 폐식용유를 수거하던 대경오앤티가 한일 정유 패권 다툼의 중심에 섰다. 지속가능항공유(SAF)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 앞에서 원료를 쥐고 있는 기업이 곧 시장의 지배자가 되기 때문이다. HD현대오일뱅크와 일본 최대 정유사 에네오스(ENEOS)가 맞붙은 이번 인수전은 단순한 지분 매각을 넘어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의 주도권 쟁탈전으로 번지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와 일본 에네오스 등이 대경오앤티 인수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매각 대상은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와 산업은행 PE실 등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60%와 SK온이 보유한 40% 등 경영권 지분 100%다. 매각 주관사는 딜로이트안진이 맡았다.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에네오스는 일본 최대이자 세계 6위 규모의 석유회사다. 지난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연결기준 매출은 12조6000억엔, 영업이익은 4200억엔에 달한다. 매각 측인 SK그룹과의 인연도 깊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07년 980억원 규모 에네오스 지분을 매입한 뒤 지난해 재무개선 목적으로 전량 매각했으나, 오랜 협력을 기반으로 끈끈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유사가 ‘찌꺼기’ 기름에 사활 거는 이유
1995년 설립된 대경오앤티는 도축 부산물에서 유지를 추출하는 이른바 렌더링 사업과 폐식용유 수거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강소기업이다. 지난 2017년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경영권을 인수한 후, 영세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며 밸류체인을 수직 계열화했다. 이후 2023년 유진PE·산업은행 PE실 컨소시엄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 TI)이 4000억원에 대경오앤티를 인수했고, 지난해 SK TI가 SK온에 합병되며 현재의 주주 구성을 갖게 됐다.
이번 인수전이 뜨거운 이유는 정유업계의 생존 전략이 된 화이트 바이오 사업 때문이다. 대경오앤티가 취급하는 동물성 유지와 폐식용유는 SAF 생산의 핵심 원료다. 탄소중립 규제로 항공유의 일정 비율을 반드시 바이오 연료로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대경오앤티가 점유하고 있는 국내 동물성 유지 및 폐식용유 시장은 대체 불가능한 전략 자산으로 꼽힌다.
특히 일본 에네오스의 참전은 국내 업계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30년까지 항공유 소비량의 10%를 SAF로 대체하겠다는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원료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국내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가격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실적 둔화 속 밸류에이션 시험대
관건은 몸값이다. 매각 측은 이번 매각가로 5000억원 수준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인수 가격 대비 약 1000억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하지만 현재 주주들이 인수한 후 대경오앤티 실적이 뒷걸음질쳤다는 점은 뼈아프다. 인수 직전인 2022년 약 650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2024년 기준 5000억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역시 10%에서 5~6%대로 반토막이 난 상태다.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바이오 연료 밸류체인 내에서의 가격 전가력이 약화된 점이 꼽힌다. 원재료 수급 경쟁은 치열해진 반면, 최종 제품인 바이오 연료 가격 상승세가 꺾이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원매자들은 이 점을 들어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딜의 성패는 실적 둔화라는 현실과 SAF 시장의 미래 가치 사이의 간극을 누가 메우느냐에 달렸다. 일각에서는 국가적 전략 자산인 바이오 원료 공급망이 일본 기업에 넘어가는 것에 대한 산업 보호론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가격 외적인 정무적 판단이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