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자진 상폐하라”…트러스톤, 공개 주주서한 발송

주식

이데일리,

2026년 2월 12일, 오후 05:52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태광산업은 시가총액의 2.4배에 달하는 투자자산과 4배에 달하는 자본을 보유하고도 주주 가치를 철저히 외면해 왔다. 회사가 상장사로서의 의무를 다할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소수주주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상장 폐지하는 것이 자본시장 전체의 발전을 위해 나은 선택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003240) 이사회를 상대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고 12일 밝혔다.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 ‘소수주주 지분 전량 매입을 통한 자진 상장폐지’ 안건을 포함한 7개 주주제안도 상정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2대 주주이자 지난 2019년부터 태광산업에 투자해 온 장기투자자다. 지난 8년 동안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해 왔으나 회사가 이를 묵살함에 따라 이 같은 결단을 내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자본시장의 룰을 철저히 무시하며 지배주주인 이호진 회장의 상속세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상장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다음달 11일까지 회사의 전향적인 답변을 요구한다”며 “주주총회에서 모든 주주와 함께 표 대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에 소수주주가 보유한 유통주식 23만주(21.1%) 전부를 매입해 상장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자진 상장폐지를 하지 않겠다면 △채이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윤상녕 변호사를 분리선출 독립이사 후보로 추천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할 것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구조를 견제하기 위해 선임독립이사 제도를 도입할 것 △성수동 등 비영업용 자산의 가치 환원을 위해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거나 개발할 것 △20년 넘게 회사측이 보유해온 자사주 24.4% 중 20%를 즉각 소각할 것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발표할 것 △극도로 낮은 주식 유동성을 해소하기 위해 1대50 액면분할을 통해 투자자 접근성을 높일 것 등을 제안했다.

트러스톤에 따르면 태광산업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은 0.2배로, 코스피 827개사 중 816위, 전체 상장사 2522개사 중 2478위에 달하는 최하위권이다. 특히 4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가치를 반영한 실질 PBR은 0.17배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10년 평균 배당성향은 1%대에 불과하며 소수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총액은 1년에 고작 4억원 수준이다. 특히 태광그룹 3개 상장사(태광산업·대한화섬·흥국화재)의 10년 평균배당성향을 따져봐도 1.3%에 그친다.

반면 흥국생명, 흥국증권 등 태광그룹 비상장 계열사의 배당성향은 33%로 상장사 대비 30배나 높다. 결국 그룹차원에서 상장사의 배당성향을 고의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트러스톤의 분석이다.

또한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 부지(1조1000억원), 장충동 본사 부지, 부산 구서동 부지 등 약 4조원의 알짜 자산을 보유하고도 임대 수익률은 연 0.8%에 그치는 등 자산 배분의 비효율성도 심각한 상태라고 트러스톤은 지적했다.

이사회의 지배주주 편향성에 대해서도 짚었다. 태광산업 이사회는 지난해 6월 27일 상법 개정을 앞두고 보유 자사주 전량에 대한 3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시도했으나 시장과 정부·여당의 반발에 발행을 철회했다. 이에 대해 트러스톤은 “당사가 추천한 김우진·안효성 독립이사를 제외한 모든 이사진이 이 꼼수 EB 발행에 찬성했다”며 이사회의 독립성 부재를 꼬집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적 불황 속에 태광산업은 4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선의 기업가치 제고 방안은 자산 매각이나 액면분할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사업을 재편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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