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브리핑/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12일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부실기업의 신속·엄정한 퇴출을 위해 집중관리기간 운영, 4대 상장폐지 요건 강화, 절차 효율화 세 가지 측면의 개혁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작년 1월 상장폐지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은 지 1년 만에 이를 더 옥죄는 강화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청와대의 주문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국내 증시를 ‘백화점’에 비유하며 “상품 정리부터 확실히 해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위해 코스닥 시장을 생산적 금융의 엔진이자 혁신기업의 성장플랫폼으로 육성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정책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코스닥은 그동안 기업이 쉽게 들어오고 나가기 어려운 구조였다. 지난 20년간 1353개사가 상장했지만 퇴출은 415개사에 불과했다. 진입 대비 퇴출 비율이 30.7%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시총은 8.6배 늘었지만 지수는 1.6배밖에 오르지 않았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한계기업 증가는 코스닥 시장 상승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이후 매년 6월을 기준으로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을 지수에서 제외하고 이를 재산출한 결과 2024년 6월 기준 코스닥 지수는 37% 추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계기업의 존속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권 부위원장은 “코스닥 시장은 개인 비중이 높고 기관 비중이 낮으며 증권사 분석 보고서도 안 나온다”며 “동맥경화에 걸려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거래가 잘 안 되다가 갑자기 폭등하거나 허위 공시를 하거나 주가 조작 세력이 들어가는 부실 기업 확률이 높아 지금도 끊임없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20년 막혔던 ‘출구’ 뚫는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출구 정상화’다. 시총 기준 상향 시점을 반기씩 앞당기고,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을 새로 만들었다. 특히 액면병합 후에도 액면가 미만이면 퇴출시켜 편법 회피를 원천 차단했다.
권 부위원장은 “과거 기준은 며칠간 주가가 변동하면 됐기 때문에 대주주나 이해관계자들이 불법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며 “이번에는 45일간 계속 수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집중관리단 구성과 경영평가 반영(20%)을 통해 감시의 눈을 확장하는 실행력 확보 장치도 갖춘다. 권 부위원장은 “그동안 상장폐지를 주저한 이유는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거래소 앞에 항의하는 것 때문이었다”며 “진정한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규정대로 신속하게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부실기업 퇴출 후 혁신기업으로 채우겠다며 AI·우주·에너지 등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확대 방침도 밝혔다. 권 부위원장은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혁신기업을 키우고 육성하는 역할을 플랫폼으로서 제대로 했는지,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믿고 투자했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거래소를 전면 재설계하는 수준의 근본적 혁신방안을 빠르게 마련해 투자자들은 믿고 투자하고 좋은 기업들은 상장하고 싶은 매력적인 거래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상장폐지 기업은 올해 1월부터 금융투자협회가 신설 운영하는 비상장주식 장외시장(K-OTC)에서 6개월간 거래할 수 있다. 요건이 되면 K-OTC 정식 종목으로 올라가고 좋은 성과를 내면 다시 거래소·코스닥으로 가는 사다리도 마련돼 있다.
전문가들은 상폐 기준 강화 방안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한계기업의 시장 존속은 근본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과 좀비 기업에 대한 지원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인 만큼 경쟁력이 낮은 기업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장폐지 요건 개편은 퇴출 기준을 강화하고 절차를 효율화함으로써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그러나 퇴출 제도 개선만으로 한계기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장 규율을 강화하고 제반 환경을 보완하는 정책이 뒤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도 보다 정교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리매매기간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과제도 있다”며 “상폐 기업을 위한 시장, 기관 투자자 지분을 위한 시장 등으로 K-OTC를 정상화해 ‘질서있는 퇴장’이 가능하도록 투자자 보호책을 더 촘촘히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