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부실기업 퇴출 속도…기대와 우려 교차

주식

이데일리,

2026년 2월 12일, 오후 05:51

[이데일리 박정수 김진수 기자] 금융당국이 시가총액·동전주·자본잠식·공시위반 등 이른바 4대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면서 코스닥 시장의 지형이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제도 개편을 두고 업계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챗GPT)
◇ “유령기업 퇴출 환영”…VC는 반색

12일 금융위원회는 △시가총액 기준 상향 조기화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 신설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추가 △공시벌점 기준 강화 등 이른바 ‘4대 상장폐지 요건’을 도입·강화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의 단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 수는 당초 50개 내외에서 약 150개사 내외(100~220여개사)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큰 변화는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 신설이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종목은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포함되며, 액면병합을 통해 형식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더라도 병합 후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 경우 동일하게 심사 대상이 된다.

벤처캐피탈(VC) 업계는 대체로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VC 심사역은 “사실상 사업은 없고 자금조달 수단으로만 남은 유령기업들이 코스닥 신뢰를 갉아먹어 왔다”며 “이런 기업들이 정리돼야 진짜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로 수급이 몰리고, 비상장 우량 기업의 상장 기회도 넓어진다”고 말했다.

VC 업계에서는 코스닥 정화가 이뤄질 경우 신규 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회수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코스닥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공통적이다.

다만 장기 투자가 필요하거나 성장까지 시간이 걸리는 산업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한 VC 심사역은 “바이오테크나 항공·우주 산업처럼 장기간 자금 투입이 필요한 기업은 단기 재무지표로 상장폐지 요건에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며 “가능성 있는 기업의 싹을 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여차하면 상폐”…현장 체감은 부담

코스닥 상장사 내부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코스닥 상장사 CFO는 “상장폐지를 통한 투자자 보호 취지는 이해하지만, 요건이 한꺼번에 강화되면서 체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IR 담당자들은 특히 공시벌점 기준 강화를 우려한다. 최근 1년간 누적 벌점 기준이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졌고, 중대하거나 고의적인 공시위반은 단 한 차례만으로도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한 IR 담당자는 “공시 담당자 개인에게 과도한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IR 담당자는 “쉽게 상장한 회사가 쉽게 퇴출되는 구조는 이해할 수 있지만, 어렵게 상장해 우여곡절을 겪은 기업까지 포괄하는 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조금만 삐끗해도 ‘상장폐지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증권사 스몰캡 연구원은 “시장 신뢰 회복과 부실기업 정리는 필요하지만, 소형주에 투자한 기존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다”며 “단계적으로 여유를 두고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한 코스닥 상장사 CFO는 “이 경우 왜곡된 가격 형성이 이뤄져 단기적으로는 시장 참여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바이오 업계 “산업 특성 외면…유망 기업까지 위축 우려”

바이오 업계의 경우 신약 개발 특성상 장기간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를 제도 설계가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대외협력본부장은 “상장폐지 요건 강화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여전히 바이오 산업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은 우려스럽다”며 “신약 개발에는 통상 10년 이상이 소요되고, 매출 발생 이전에 연구개발 비용이 선투입되는 구조로 법인세차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협회는 매출액 등 제조업 중심의 획일적 기준을 바이오 산업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며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까지 영향을 받지 않도록 산업 특성을 반영한 합리적인 방안을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들도 비슷한 우려를 내놓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 밸류업 차원에서 제도를 추진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바이오 기업은 제약사와 달리 안정적인 현금 창출이 어렵고 자본 확충 여건도 녹록지 않다”며 “요건이 더 강화될 경우 퇴출 가능성은 현행보다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단기간에 성과가 가시화되기 어렵고, 막대한 자본과 연구개발이 투입되는 데 비해 성공 가능성은 극히 낮은 산업”이라며 “법차손 요건은 기술력을 가진 기업의 연구개발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인데, 이번 개편안은 오히려 그 취지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거래소는 이번 제도 개편과 함께 상장폐지 실질심사 시 부여 가능한 최대 개선 기간도 기존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이에 따라 향후 법원의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 처리 속도 역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코스닥이 양적 축소를 감수하더라도 질적 재편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책의 속도와 적용 방식이 향후 시장 충격의 크기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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